님 잘 지내셨나요?
오늘은 조금 색다른 이야기로 찾아왔어요. <매거진 블랙아웃> 방학을 맞아 좀 더 라이트한 번외편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오늘은 기존의 <영화가 말하는 삶의 한 줄>이 아닌 일주일 동안 제가 보고, 읽고, 듣고, 느낀, 제게 스쳐간 일상의 다양한 조각들을 모아왔어요. 지난 일주일, 님을 스친 조각들은 어떤 게 있나요? 혹시 저와 같은 조각이 있진 않으신가요? 우리 같이 제 주간 노트를 펼쳐보아요!😊🗒

지난주, 제게 스쳤던 것들 중 가장 공감이 되었던 조각이에요. 문상훈 님이 운영하시는 '빠더너스' 유튜브 채널에 문상훈 님과 함께 넷플릭스 시리즈 'DP'에 출연하셨던 조현철 배우님이 나오셔서 이야기 나누셨더라고요. 딱 위의 장면이 SNS 알고리즘에 떴었는데 확 이끌려 와닿아 영상까지 보게 되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두 분 모두 MBTI가 INFP이시더라고요. 저와 같은 유형이라 반가운 와중, 문상훈 님이 "INFP 특징이 누가 자기한테 다가와 주길 엄청 바란다고, 현철 님도 누군가 다가와 주길 바라실 때가 있으신가요?"라고 말의 포문을 여섰어요. 그러면서 나온 말이 위의 장면에서 나온 '인간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도 엄청 고파한다'였어요. 평소 문상훈 님은 카카오톡 생일 표시를 숨겨놓으시는데 1년 365일 중 열흘 정도는 풀어놓고 싶을 때가 있으시다고 해요. 비슷한 맥락을 받아 말을 이어가신 현철님 역시 비슷했어요. 본인의 생일에 잠수를 타고 싶어 홀로 제주도로 향했는데 친구들이 '도대체 왜 그러냐'그러면서도 서프라이즈로 찾아와 기분이 좋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나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단절되고 싶어서, 혹은 홀로이고 싶어서 늘 혼자됨을 자처하지만, 때로는 사람이 그리워지기도, 고프기도, 궁금하고 뭉근히 연결되고 싶기도 하다는 이야기 같았어요. 

그런데 저 역시 두 분과 같은 마음이거든요. 저는 카카오톡의 모든 창들이 숨김으로 되어있어요. 프로필을 업데이트한 친구들, 생일인 친구 목록, 즐겨찾기와 전체 친구 목록 역시 모두 숨겨져 있죠. 별다른 이유는 없지만 어느 날 문득 숨기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가끔 프로필을 업데이트한 친구의 목록을 펼쳐보기도 하고, 생일이 다가오고 있는 듯한 관계가 있으면 생일인 친구 목록을 펼쳐보기도 해요. 혼자 여행을 가더라도 평소에 좀처럼 하지 않는 괜한 연락으로 주변 사람들과의 뭉뚝한 관계를 잡고 있기도 하고요. 가까이 오는 건 싫은데 가버리는 건 싫어서 '접근 금지'를 외치는 마음속 은연 중에 담긴 접근 기대의 마음을 알아차려 주는 사람들이 반가운 것 같아요. 님은 어떠신가요?!

안전한 한계

하루는 지인들과의 조금 깊은 대화를 나누는 날이었어요. 일주일 중 서로가 힘들었던 순간, 기뻤던 순간, 누군가에게 의지했던 순간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죠. 여러 대화가 오가던 와중, 제가 '나를 압도하는 힘든 일이 다가왔을 때, 혹은 그런 시기가 찾아왔을 때 어떻게 빠져나오는지'를 물었어요. 뉴스레터를 통해 매주 독자님들의 고민을 받아보며 지금 이 순간에도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누군가가 있겠구나를 느꼈거든요. 한 분에게라도 더 도움이 되고픈 마음에, 조금 더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픈 마음에 지인들에게 이야기 나눔을 받았어요.

그런데 한 지인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안전한 울타리가 쳐져 있는 한계 안에서의 고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이죠. 어찌 됐건 우리의 삶은 이어지고, 삶이 지속되는 한 우리는 안전하니, 든든하고 안전한 울타리가 쳐져 있는 공간에서 겪는 한계와 그 한계를 알 수 있는 고통이 되려 기회가 아닐까 한다는, 새로운 시각으로 삶의 다양한 부분을 조망할 수 있는 시간으로 여긴다는 이야기로 다가왔어요. '안전한 한계', 무언가 든든하지 않나요?

매일 오가는 출근길 속에 발견한 색다른 조각이에요. 매번 앞만 보며 바삐 오가느라 발견하지 못했는데 고개를 돌리니 저런 시가 적혀있더라고요. 우리가 자꾸만 푸른 하늘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 한때 은하계 사이를 나는 거대한 새였기 때문이라는 신선한 표현에 피식 웃음이 났어요. 님의 출근길엔 어떤 시가 적혀있나요? 오늘 출퇴근 길엔 잠시 옆을 보며 색다른 조각들을 발견해 보세요! 생각보다 다채로운 조각들이 숨겨져 있을 거예요.

사업 성공 비결
선점하거나, 설득하거나

정말 짧게 스쳐 지나간 글귀예요. 정말 후다닥 지나가 어디에서 들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지만, '선점하거나, 설득하거나'라는 카피는 선명하게 기억이 나더라고요.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세상에 없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무언가를 먼저 선점하거나, 이미 있는 시장 속에서 내 것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설득시켜야 한대요. 비단 사업뿐만 아니라 삶의 여러 국면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사회'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활동, 관계들의 초석은 나 자신을 '세일링'하는 것에서 시작하니까요. 내가 먼저 무언갈하거나, 그들에게 나와 함께해야 하는 당위를 부여해야하는 일, 이것이 사회에서의 생활이 아닐까 싶어요. 선착순 안에 들거나 군계일학이 되거나, 님이 선점하고 싶은, 군계일학이 되고 싶은 분야는 어느 것인가요?

처음으로 '포케'라는 음식을 먹어보았어요. 샐러드도 아니고 비빔밥도 아닌 생경한 조합에 먹기 꺼려졌었는데 막상 먹어보니 너무 맛있더라고요. 포케로 유명한 음식점에 가서도 "나는 포케 안 먹어"라고 했었는데 그동안의 단언이 깨진 날이었어요. 싫어했던 무언가가 그렇지 않게 됨을 경험하니 세상엔 '내가 이미 아는 것에 대한 확신만 있을 뿐, 단언할 수 있는 불변의 진리는 없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님도 싫어하는 무언가를 용기 내 도전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싫다고 믿었던 것이 그 본질은 아님을, 전체 중 부분이었음을 깨달을 수도 있으니까요!

지난 토요일에는 부쩍 추워진 날씨에 두꺼운 옷을 꺼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 옷장 정리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옷이 너무 많더라고요. 지난 몇 년간 옷 정리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 입지 않는 옷, 있는지 몰랐던 옷 등 쓰임을 다하지 못하고 묵혀있던 아이들이 많았어요. 너무도 맥시멀인 옷방을 보면서 부끄러움과 동시에 제 자신에게 조금은 화가 나더라고요. 

그러면서 스스로가 너무 풍요 속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해 보니 어쩔 수 없이 무언갈 포기해 본 경험이 없더라고요. 특히나 핸드폰 하나로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요즘은 사고 싶으면 사고, 먹고 싶으면 먹고, 가고 싶으면 가고, 하고 싶으면 하는, 너무 쉽게 쉽게 무언갈 해낼 수 있어 소중한 본래의 목적을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살기 '좋은' 세상을 표방하면서 살기 '편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 편함을 이루는 풍요가 각각의 본질을 가볍게 만들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옷'의 본질은 '추위와 더위를 막고 몸을 보호하는 기능'에 있지만 너무 많은 변형과 각색, 유행과 트렌드에 따라 점차 본질의 깊이보단 꾸밈과 같은 부차적 기능을 넓혀가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 가는 것 같달까요. 물론 각 사물의 근본적 가치만을 추구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들로부터 나오는 파생 가치들의 넓이를 넓히느라 본래의 그것으로부터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권태로운 일상이 때로는 너무 편해서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가끔은 고난과 결핍이 우리로 하여금 보이지 않는 가치와 몰랐던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고 인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범람하는 풍요 속에서 덜어내고 비우며 필요만 소유하는 연습을 해보려고 해요.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책을 읽었는데 우리가 물건을 계속해서 소유하려고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미래'의 감정을 '현재'의 기준으로 예측하기 때문이라고, 물건이 곧 '나'라는 착각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미래의 필요를 현재의 감정으로 예측하지 않고, 나를 이루는 것은 물건이 아닌 내가 만드는 나의 가치임을 잊지 않은 채 미니멀리즘과 가까워져 보려고 해요. 그 첫걸음으로 정리한 옷들을 모두 기부했답니다. 더 가치 있는 쓰임이 될 것 같아 뿌듯하더라고요. 님의 풍요는 무엇인가요? 그 속에서 님이 덜어낼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보아요!!

님께 스며든 이야기가 있었나요?

님의 여운을 남겨 주세요!

"지금은 아니고 내년 상반기 쯤에 퇴사하고 싶어요. 원래의 계획은 내년 말에 퇴사하는 거였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앞당기고 싶어졌습니다. 근데 그게 맞는 선택인지 모르겠네요. 여러모로 지금 다니는 직장이 수지타산이 안맞기는 해도 그 업종에서 느끼는 재미나 환경 속에서 오는 즐거움도 꽤 있거든요. 답은 금방 내려지겠지만 그 답이 맞는 지에 대한 고민은 길어질 것 같아요."

"예체능 사수생이에요. 한창 실기 시즌이라 그런지 멘탈이 많이 약해져요. 다른 친구들은 제가 하고 싶은 게 있어서 부럽다고 하는데,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게 차라리 없으면 좋겠어요. 4년째 하나에 매달리는 게 미련하게 느껴질 때가 많아서요. 사수까지 했는데 대학에 못가면 어쩌나 싶고, 실기를 잘 못 본 날에는 부모님께 죄송해요. 제가 모두에게 짐인 것 같고 인생이 막막하게 느껴지는데, 다들 괴로운 생각을 어떻게 떨쳐내시는지 궁금해요."

독자님, 저는 끈기가 없어요. 그래서 한때는 부모님의 돈을 빌려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도전해 봤는데 내 길이 아닌 것 같으면, 조금이라도 싫증나면 금방금방 포기하고 관뒀어요. 물론 그러고 싶어서 그랬던 건 아니었지만, 어느 하나 꾸준하게 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것 하나 찾지 못하는 제가 너무 원망스럽고 부모님께 죄송하더라고요. 이렇게 평생 하고 싶은 거 없이 부모님의 지붕 아래에서 용돈 받아 가며 기생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 적이 있어요. 막막하고 어두웠죠. 그런데 조급해 하고 걱정해 봤자 달라지는 건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제 자신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었답니다. 조금 이기적이지만 나중에 잘 돼서 부모님께 갚겠다는 마음으로 죄책감을 떨쳐냈어요. 냉정히 생각하면 부모님을 비롯한 모두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닌 나를 위해, 내 삶을 사는 거잖아요. 눈치 보고 움츠려들 필요는 없을 것 같더라고요. 저희 부모님 역시 "네가 하고 싶은 걸 이루기 위해 뒤에서 서포트 해주는 것 역시 너를 낳은 우리의 책임이야. 아깝지 않아."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아마 독자님의 부모님 역시 같은 생각이 아니실까 싶어요. 제가 아이를 낳아도 제 자식에게 그렇게 말해줄 것 같거든요. 오히려 제가 부모님께 죄송해하니 부모님이 제게 더 미안해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조금 이기적일지라도 감사히 받고 열심히 노력했답니다.

독자님은 남들에겐 없는 재능이 있으시잖아요. 그건 그 무엇보다 큰 자산이에요. 굳이 지금 당장의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발전 가능성이, 응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큰 자산 하나를 갖고 계신 셈이니 일반 사람들보다 훨씬 풍부한 발전을 이루실 거예요. 지금 당장은 그 재능을 갈고닦는 데에 매진해야 하는 시기이니 우리 다른 잡다한 걱정과 우려는 넣어두어요. 걱정 회로는 잠시 차단하고 오직 눈앞에 놓인 테스크를 하나씩 이루어 나가면서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가 되어봅시다! 모든 걸 다 뒤로 미루어 두고 일단 실기 다 끝내 놓고, 입시를 모두 마친 후에 다시 걱정해요 우리. (4수 했어도 대학 안 가도 됩니다. 4년 대학 다니고도 졸업을 못하거나 자퇴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이런 사람 있고 저런 사람 있는 거니 너무 주변 사람들의 잣대에 맞추어 움츠려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늘 응원할게요. 길은 언제나 이어진답니다. 어깨 펴고 집중해요, 우리. 파이팅!)

  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님은 겨울에 주로 어떻게 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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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조각이에요. 퇴근길에 발견했는데

님이 생각나 찍어왔어요😊

그럼, 날마다 편안하시길 바라며

우리는 다다음 주 수요일(11월 8일)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