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매거진 블랙아웃#2 Time Goes By

이별 #2 <서약>

2024. 2. 21.

BCSC to be BLACKOUT

굿바이 매거진 블랙아웃
이별
#2 Time Goes By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

To. 님

마지막이에요. 제가 드리는 마지막 편지입니다. 님의 안부를 물으며 우리의 안녕을 머리 맞대 이야기할 수 있는 날도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어떤 이야기를 담아야 할지 몇 번을 쓰고 지우길 반복하다 우리가 맞이한 '마지막'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님에게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마지막'은 무엇인가요? 사람과 사람 간 인연의 마지막, 정들었던 곳과의 마지막, 다시금 심기일전하고 도전해 보는 '마지막' 시도나 기회 등이 있을 수 있겠네요. 마지막을 둘러싼 관계도, 담긴 서사도 제각각이지만 모든 마지막은 그 대상과 보냈거나 보낼 일련의 시간들을 응축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때문에 우리는 그 짙은 맨 끝 지점의 시간으로 그간의 시간을 기억하거나, 이를 도움닫기 삼아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마지막 인상이 중요한 이유도, 마지막 다짐이 비장한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요?

생각해 보면 길지 않은 삶 가운데에서 '마지막'이라는 엔딩은 늘 도처에 있었으나 그 단면이 언제나 매끄럽진 않았던 것 같아요. '마지막'이 가져다주는 비장한 어감 탓인지 결심도 선택도 늘 가볍지만은 않았거든요. 가위를 대려다 내려놓고, 자르려다 멈칫하고를 반복하곤 했으니 잘라낸 부분에는 매번 추억으로 시작되는 아쉬움과 미련의 흔적들이 남아있었어요. 외려 다툼과 불화, 증오와 화로 잘라낸 단면이 더 매끄러웠던 것 같아요.

마지막의 난이도를 높이는 것들에는 크게 3가지가 있어요. [1. 불분명한 이유 2. 그간의 사랑 3. 남은 미래] 이 중 매거진 블랙아웃의 마지막을 끝까지 괴롭혔던 것은 그간의 사랑이었는데 돌아보니 우리가 꽤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더라고요. 글을 쓰는 것이 직업이었다면 조금 더 읽기 수월하고 받아내기 분명하게 마음을 전했을 수 있었겠지만, 글이 업도 취미도 아니었던 저는 매거진 블랙아웃을 1년 넘게 운영하며 '왜?'라는 의문을 달고 살았어요. 제가 종종 고민을 털어놓았던 지인들을 알겠지만, '왜 내 글을 읽어주시는지 모르겠다'며 잦은 걱정을 늘어놓곤 했어요. 저라면 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읽어도 답글은 남기지 않았을 테고, 고민을 털어놓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님은 이렇게 찾아와 주시고, 이야기를 남겨주시고, 같이 고민하며 매거진 블랙아웃을 채워나가 주셨어요. 그래서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 글에 대한 확신은 없었지만, 찾아와주시는 님의 이야기에 사랑이 있었고 그 사랑으로 제 글에도 사랑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용기를 가졌던 것 같아요. 감사해요.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우린 때로 서로에게 의지하며 든든한 위로와 위안이 되어주었으리라 믿어요.

음식에 대한 기억은 첫 입보다 마지막 한 입에 의해 좌우되곤 해요.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마지막 입이 질리거나 물려 좋지 않은 인상으로 기억되면 다시 찾지 않게 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여태 마지막 한순간에 큰 의미를 부여하곤 했어요. 마지막의 단면이 모나지 않았으면 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기억에 남는 좋은 마지막보다 평소와 같은 무던한 마지막의 순간이 더 진하게 와닿는 것 같아요. 왠지 그래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기억에 남는 마지막을 위해 유종의 미를 내세우면 정말 마지막이라고 도장 찍고 영영 이별하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평범하고 별거 없는 마지막이 좋더라고요.

'아직 마침표를 찍지 않았습니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에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입니다. 함께했던 시간 고이 간직하며 가야 할 길 찾아 떠나 언젠가 다시 만나요. 우리의 마지막은 쉼표입니다.' 이렇게 '언젠가'를 기약하는 기나긴 쉼표 같은 마지막 말이죠. 끝이 있어야 시작이 있다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마지막'이 이루어진 시간과 같은 선상에서 시작되는 스타트. 저는 그걸 기약하며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어요. 한 번의 마지막 끝에 익숙하고도 새롭게, 편안하고도 반갑게 맞이하는 시작, 우리에게도 그 시작이 있으리라 기약해 보아요. 언젠가 다시금 든든한 위안으로 찾아올게요. 앞으로 님이 맞이할 숱한 마지막 앞에서도 어느샌가 시작될 시작을 믿고 나아가셨으면 좋겠어요. 타임 고즈 바이. 모든 것은 마침내 지나가며, 흐르는 시가은 언젠가 다시 시작되게 해 줄 거예요.

From. 이레

고민 상담소에 더이상 고민이 없어요.

큰 고민 없이 평안한 일상을 보내시길 바랄게요.

고민 상담소 운영을 종료합니다. 그동안 님의 고민을 듣고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어 제게도 너무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고민 상담소를 운영하며 생각보다 다양한 고민들이 들어와 우리의 삶엔 생각지도 못한 고민들이 있구나 했는데 모아놓고 보니 신기하게도 고민의 결이 비슷하네요. 해답이 보이지 않는 고민이 시작될 때면 때로 세상 사람 모두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왜 이러나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시간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같은 듯 달리 살아가고 있다는 걸 잊지 않으셨음 좋겠어요. 아무리 잘나 보이는 사람에게도 고민은 늘 있으며 지금도 누군가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고민 없던 시절은 없는 것 같아요. 놀이터에서 쌍쌍바 먹으며 그네를 타던 시절에도 나름의 고민은 있었을 테죠. 그런데 우린 지금껏 잘 살아왔고 하나하나 다 헤쳐나갔어요. 지금 갖고 계신 고민들도 스르르 풀릴 날이 반드시 올 거예요. 님의 고민이 고독하지 않길, 고심하되 고뇌하진 않으시길 바랄게요. 님, 파이팅!!! 할 수 있다!!

🎬

영화 <서약>으로부터

"오늘의 한 줄" 이 도착했습니다.

오늘의 영화: 서약[The Vow](2012)

"삶의 어떤 조각들은 한데 어우러지고
또 어떤 조각들은
소용돌이 속을 멤돌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안착한다."

- 이레의 고민 상담소를 종료합니다 -

👉🏻지난 매거진의 이야기 조각 (1):

인생에서 단 하나만 기억할 수 있다면,

하나의 기억만 가져갈 수 있다면
어떤 기억을 선택하시겠어요?

그 기억은 어떻게 기억되며 반짝이나요?

⭐️ 유독 빛나는 별 (1)

선택하지 못하겠네요. 모든 기억이 소중해서인지 아직까지 별처럼 빛나는 기억을 갖지 못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선택할 수 없습니다. 아마 전 영화에서 결국 남아 그 공간을 지키는 사람이 될 존재인가봐요.

↳ 저도 고민을 해보았는데 선택하지 못하겠더라고요. 다 가지고 가고 싶어요. 환생이라는 제도가 정말 있다면 전생의 기억도 전부 가져가고 싶네요. 잊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탓인 것 같아요. 거기엔 물론 독자님도 계시답니다😊

⭐️ 유독 빛나는 별 (2)

끝까지 진행되지 못하고 마무리도 되지 못한, 그래서 좋은 기억만 남기고 헤어져야 헸던 그 사람과의 추억을 기억 하고 싶어요.

↳ 단 하나의 기억으로 꼽힌 기억이라면 독자님께 얼마나 큰 의미일까요... 마지막은 시작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기도 해요. 언젠가 다시금 시작될 이야기들을 응원하겠습니다.

👉🏻 소중한 독자님이 나눠주신 소중한 이야기들 :

💬 이야기 하나,

이레님의 편지는 늘 행복하네요^^ 밤에 혼자 몰래 읽어 보는 .. 그리고 속 마음을 이야기 할수 있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합니다. 오늘도 감사 했습니다^^

↳ 좋은 밤벚이 된 것 같아 다행이에요. 소중한 밤, 매거진 블랙아웃과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글을 읽으시며 드셨던 마음들에 무턱대고 응원을 실어보아요. 모양도 크기도 개수도 모르지만 그 마음들 모두 독자님의 밤을 편안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향하길 바라요❤️

💬 이야기 둘,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 일인지.. 이별은 언제나 너무 힘든 것 같아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할머니께선 이레님 덕분에 행복하셨을 거예요.

그동안 이레님에게 레터를 받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제가 힘들 때 나중을 기다리는 이유가 되셨거든요.

얼마 전에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봤어요. 거기에서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은 이미 우리의 편이라고, 그러니 마음껏 좌절하고 슬퍼하다 함께 일어나자고 단단한 마음이 되어주겠다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이 장면을 보며 제가 되려 위로를 받았어요. 함께하자는 말은 실패하는 순간 뿐 아니라 힘듦을 느끼는 모든 순간을 위로하는 말인 것 같아요. 누군가 곁을 지켜주는 것 만으로도, 비록 그게 드라마일지라도 힘이 된다는 걸 알게되었거든요 그래도! 친구가 옆에 있어주는 게 더 힘이 되긴 하더라고요 이레님과 저는 얼굴도 모르고 생김새도 모르고 접점이라고는 메일로 주고받는 글 뿐이지만, 그럼에도 저는 이레님이 특별한 친구라고 느껴져요. 매주 마주보고 앉아 잔잔히 대화를 나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레님에게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 저도 곁에 있지 않더라도 함께 일어날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이 될게요. 제주도 잘 다녀 오세요! 그리고 언젠가 함께 일어나요.

↳ '언젠가 함께 일어나요' 정말이지 독자님... 이 이야기를 제주도의 한 LP바에서 좋은 재즈 음악, 맛있는 와인과 함께 읽었는데 눈물이 왈카닥 쏟아졌어요. 저도 몰랐는데 너무 버거운 힘듦이 찾아왔을 땐 누군가에게 의지하고자 하더라고요. 혼자 있고 싶은데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 같아요.

저 역시 독자님과 함께함을 느껴요. 누군가는 특이하다 하겠지만 제게는 너무나도 특별한 독자님과의 인연이 언제나 마음 가까이 함께하고 있음을 든든히 느끼며 때론 의지해 볼게요. 독자님 역시 제가 그런 존재였음 좋겠어요. 우린 각자의 시간 속에서 넘어지고 일어서며 계속해서 나아갈 테니 누군가가 넘어졌을 땐 함께 일어날 존재가 있음을 이유로 다시금 일어나 보아요. 함께 일어날게요.

💬 이야기 셋,

이렇게 마지막이 찾아오다니 서운함과 그리고 또 받아들임으로 시작하는 오늘 오전의 시작 입니다. 사진 속에 있는 글귀가 마음에 쏙 들어오네요. 대체 당신은 사물을 수동적으로 경험하기 위해 태어났단 말인가? 아니면 행동하기 위해 태어났는가? 그동안 이레님의 따뜻하고 사랑 가득한 매거진을 읽으며 위안을 얻고 행복할 때가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이레님이 힘들고 지칠 때도 이렇게 맺은 인연들과 함께 한발 한발 나아가는 행복한 여정을 응원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 독자님과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너무나도 행복했어요. 제게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이 되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늘 느끼지만 마음은 받는 사람의 역량이 큰 것 같아요. 서툴게 보내드린 마음 오롯이 받아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저도 많이 위로받고, 힘을 얻고, 행복했어요. 앞으로의 이야기를 같이 써내려가진 못하겠지만, 늘 든든히 응원하는 제가 있음을 잊지 마시고 든든히 나가셨음 좋겠어요. 응원할게요.

💬 이야기 넷,

이틀 연속으로 자다 깨다를 반복해서 제대로 잠을 못 잤지만 하루를 일찍 여유롭게 시작했어요.

↳ 여유롭게 시작한 하루인 만큼 여유 있는 마음으로 마무리하시길 바라요. 오늘만큼은 편한 마음으로 푹 주무셨으면 좋겠어요. 여긴 비가 내리는데 독자님이 계신 곳은 어떤가요? 저는 빗소리를 들으면 잠이 잘 오더라고요. 비가 내리는 밤이시라면 빗소리를 들으며 편안히 주무세요. 좋은 밤, 좋은 꿈 꾸시길 바랍니다.

💬 이야기 다섯,

오늘도 평소와 비슷한 아침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순간 보여지는 풍경이나 냄새, 소리 등은 조금 다르네요. 이레님께서 알려준 걸 최근에 잘 수행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 제가 도움이 된 것 같아 너무 뿌듯해요. 평소와 다를 것 없어 보여도 들여다보면 분명 다른 하루들로 채워나가는 매일이 독자님께 즐거움이 되길 바랄게요.

💬 이야기 여섯,

열심히 꼬박꼬박 저축한 적금의 만기일이에요, 몇 년간 잊지 않은 이 습관이 조금이나마 제 자신을 부지런한 존재로 인식하게 해줘서 괜히 시원섭섭하고 뿌듯한 아침이에요.

↳ 적금 만기라니... 너무 대단하세요... 그간의 습관이 성과가 되어 돌아오는 날이네요.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제가 다 뿌듯한데 얼마나 뿌듯하셨을까요? 그동안 잘 해내셨으니 오늘은 그 결실에 마음껏 뿌듯해져 봅시다!

님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마지막이 될 오늘의 뉴스레터에 대한

님의 짦은 인사를 남겨주세요🙌🏻

👇🏻👇🏻👇🏻

인사 남기고 갑니다!🤚🏻

이렇게 우리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제가 보내드리는 편지는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여기까지 함께 와주셔서,

귀한 마음 내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그 마음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님께 손편지를 써보려고 해요.

📬

이레느린우체통

느린 우체통, 언제 보내드릴지 몰라요.

제주도 비행기를 편도로 끊었거든요.

여행하며 생긴 이야기와

그간 님께 감사했던 마음을

연필 끝에 꾹꾹 눌러 담아 보내드릴게요.

그동안 감사했어요.

* 매거진 블랙아웃이 종료되더라도 이레느린우체통은 발송됩니다.

* 우체국 우편으로 발송되는 '손 편지' 특성상 주소가 수집되나,

이에 대한 정보는 발송 이후 모두 폐기됩니다.

이레느린우체통 신청서

오늘도 끝까지 읽어주신 님,

님의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매거진 블랙아웃>은 다음 주 수요일,

'마지막 인사' 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

다음 주에 만나요🖤

🎬

잠깐! 매거진 블랙아웃을 좋아할 것 같은 친구가 있나요?

아래 링크를 복사해서 공유해주세요 :)

매거진 블랙아웃 입소문의 시작 님🤍

블랙아웃 인스타그램 @blackout_cinemaclub 도 태그해 주실 거죠?🖤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알렉산데르 푸슈킨

thank you for reading

BLACKOUT CINEMA SOCIAL CLUB

instagram home

지난 매거진 바로보기

전체 매거진 읽어보기

이전 뉴스레터

🖤굿바이 매거진 블랙아웃 마지막 이야기

2024. 2. 21.

다음 뉴스레터

🖤 굿바이 매거진 블랙아웃 #3 마지막 인사

2024. 3. 1.

매거진 블랙아웃

모아보면 비슷한 사람 사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