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블랙아웃>, 심리학과 영화 #1 cinémato-psychology [심리학과 영화] 첫 번째 조각,
기생충과 '사회비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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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2019. 05. 30
등급: 15세 관람가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31분
OTT: Netflix, Watch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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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과 영화, 그 첫 번째 조각 바로 <기생충>입니다. <기생충>은 가족 전원이 장남 기우의 명문대생 친구 민혁으로부터 연결받은 고액 과외를 계기로, 비밀스레 온 가족이 CEO 동익의 집에 취직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영화에 담긴 많은 메시지들 중 가장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마도 빈부격차가 아닐까 싶습니다. 상류층과 하류층, 그 두 가족이 만들어내는 희극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장면들은 러닝타임 내내 그 두 가족을 비교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비교하게 하며 어둑한 날의 폭풍우 같은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오늘은 영화를 보며 알게 모르게 우리도 하고 있었던 그 비교에 대해 풀어보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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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신념이나 능력, 태도 등을 타인과 비교하여 이를 토대로 자신을 평가하는 것을 사회비교(social comparison)라고 합니다. 사회 비교 개념을 제안했던 페스팅거(Festinger, 1954)에 따르면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능력이나 태도를 보다 더 정확히 평가하고자 하는 동기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를 평가하는 데에 있어서 객관적인 기준이 없는 경우에는 타인을 주관적인 평가 기준으로 삼아 그 사람과 자기 자신을 비교하게 된다고 해요. 여기에서 사회 비교는 시작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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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기우'는 오랜 명문대생 친구 ‘민혁’이 있습니다. 어느 날 민혁은 기우의 집에 갑작스레 방문합니다. 반지하인 기우의 집 창문 근처에서 노상방뇨를 하는 취객에게 단호하고 카리스마 있게 호통치며 말입니다. 그러고는 집에 행운과 재물을 가져다준다는 수석 하나를 선물합니다. 민혁에겐 할아버지 진열장에 있는 많고 많은 수석 중 하나지만, 기우는 상징적이라며 특별히 여기죠.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둘은 집 근처에서 맥주 한 잔을 하게 됩니다. 모처럼 만난 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민혁은 기우에게 자신이 하던 과외를 맡아 달라고 부탁합니다. 실은 과외생 ‘다혜’를 자신이 좋아하고, 다혜가 성인이 되면 고백할 것이니 자신이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동안 지켜달라며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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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민혁에게 기우는 명문대생 친구들을 두고 왜 자신이냐고 묻습니다. 그러게나 말이에요. 주변에 대신 과외를 해줄 친구들이 많을 텐데 왜 기우일까요? “너는 믿을 수 있어.”라는 민혁의 말에는 어떤 심리가 담겨 있는 것일까요? 짐작건대 그 말속엔 기우는 다혜를 넘볼 수 없고, 다혜가 기우에겐 반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기우를 얕잡아보는 마음이 숨겨져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친구였던 둘은 함께 성장하며 좋든 싫든 서로를 비교하면서 자신을 평가했을 겁니다. 사람들은 사회 비교 대상으로 자신과 능력이나 태도가 유사한 타인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한 경향을 유사 비교라고 하는데, 둘은 다양한 상황에서 서로를 유사 비교하며 자기 스스로를 재확인했을 겁니다. 민혁의 입장에선 기우보다 나은 자신을, 기우의 입장에선 민혁의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지는 자신을 말이죠. 그렇게 자기 자신을 확인해 가면서 어느 순간, 기우를 향한 민혁의 비교는 '유사 비교’에서 하향 비교로 바뀌게 되었을 겁니다. ‘하향 비교’를 통해 자신보다 수행 수준이 낮거나 열악한 환경에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 즉 기우를 내려다보며 자신과 비교하게 되는 것이죠. 민혁을 향한 기우의 비교 역시 상향 비교로 바뀌었을 겁니다. 자신보다 나은 상황에 있고, 이미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목표를 달성한 사람인 민혁을 올려다보며 자기 자신과 비교하게 되었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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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비교의 종류인 유사 비교, 상향 비교, 하향 비교는 사회 비교의 동기가 무엇이냐에 따라 비교 대상자를 다르게 선정하게 되는 것에 의해 나누어집니다. 자기 자신을 평가하고 싶은 사람은 유사 비교로 자신과 유사한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불분명하거나 불안정한 상황에서 유용한 정보를 획득하여 자기 자신에 대해 보다 정확한 평가를 내리고 자신을 확인하는 데에 사용합니다.
반면, 자기 고양 동기가 강한 사람은 앞선 민혁처럼 하향 비교하여 자기 자신보다 낮은 수준에 있는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안도감을 얻거나 자존감을 방어합니다. 이는 자존감에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 잘 나타나는데, 그러한 상황에서 하향 비교를 통해 불안감을 완화하고 행복감과 자신감을 고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의 정서를 다치지 않게 하려는 일종의 보호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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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자기 향상 동기가 강한 사람은 기우처럼 자신보다 우월한 사람, 자신보다 실력이나 수행 수준이 월등하고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자신을 상향 비교하며 자기 향상 동기를 충족합니다. 상향 비교는 능력 발전과 성장 의욕 고취에 도움이 되지만 열등감이나 우울함과 같은 부정적 정서를 유발할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스스로를 정의하는 데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나, 자신과 연관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특성과 능력을 비교할 때 그러한 부정적 감정이 극대화됩니다. 아마도 영화 속 기우는 민혁을 이상화(idealization)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취직도 하고 자신도 어느 정도 민혁의 수준에 미쳤다 생각이 들었을 때쯤, 어김없이 노상방뇨를 하는 아저씨에게 전과 달리 민혁처럼 과감히 물을 끼얹는 행동을 보였을 수도, 폭우로 집이 잠기고 가족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은연중에 “민혁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말했을 수도 있습니다. 지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민혁으로부터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던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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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비교의 선 속에서 나는 자유로웠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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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비교는 기우와 민혁의 관계뿐만 아니라 영화 전반에 나타납니다. 유명 건축가가 지은 쨍쨍한 볕이 드는 집에 사는 동익의 가족과 반지하에 사는 기택의 가족, 그리고 빛 하나 들지 않는 지하실에 사는 문광과 근세. 이 세 가족 사이에서도 비교는 일어납니다. 선을 넘지 않을 것을 강조하고, 은근한 불쾌감을 내비치는 동익의 가족은 기택의 가족과 자신들을 하향 비교합니다. 수준과 급을 나누고 보이지 않는 경계를 만들며 말이죠. 그러나 이러한 하향 비교를 기택의 가족도 합니다. 자신들 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기생하는 문광과 근세 가족에게 말이죠. “불우이웃끼리 돕고 살아요.”라는 동근의 말에 “난 불우이웃 아니야.”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음이, 하향 비교하고 있음이 드러나죠. 그러나 이내 그들과 자신들의 처지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겁니다. 그들도 자신들과 같은 대만 카스테라 가게를 하다가 망했으며, 더군다나 기생하고 있는 건 피차 같으니까요. 그렇게 기택은 동익의 가족에 대한 끝없는 상향 비교 속에서 느낀 열등감과 자신이 하향 비교했던 문광과 근세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재확인하게 되는 모멸감으로 그동안 알게 모르게 자신에게 꽂힌 그 비수를 동익의 가슴에 칼로 내리꽂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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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관람하셨다면,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혹시 기택의 가족과 보이지 않는 선을 그으며 기택의 가족과 하향 비교하지는 않으셨는지요? 아마 많은 분들이 동익의 가족에게 상향 비교하며 얻은 부러움과 상대적 박탈감을 기택의 가족을 보며 하향비교하면서 해소하고 안도하셨을 겁니다. 기택의 가족과 마음의 거리를 두고 그들을 연민하며 말이죠.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려는 무의식 속 마음이 ‘기택보단 낫지’라는 선을 그었을 거예요. 그렇게 우리도 영화를 보며 사회 비교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우리도 동익의 가족에겐 기택의 가족과 크게 다르지 않음이, 동익의 가족과 선이 그어지는 순간이 있으셨을 겁니다. 동익의 가족과 거리가 느껴지며 왠지 모를 씁쓸함이 드는 순간, 우리도 동익의 가족에게 하향비교 당했던 것입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이 부분에 집중해 관람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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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그렇듯 사회 비교도 나름의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스스로에 대해 끊임없이 확인하고 알고 싶어 하는 우리는 자연스럽게 타인과의 비교로 자기 자신을 탐색합니다. 그리고 그 비교는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자존감 지킴이가 될 수도, 희망과 목표가 될 수도 있지만, 무엇이든 과유불급인 법입니다.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자기관이나 우울감, 박탈감과 상실감 등으로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SNS가 일상이 되어버린 현대 사회에서는 쉽고 빠르게 타인과의 관계형성이 가능해지면서 사회비교의 문제점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타인의 정보를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사회비교의 기회가 너무나도 풍부해진 나머지 사회비교의 본래 기능이 흐려지고, 끊임없는 비교의 굴레로 빠져들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죠. 그런데 #비교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인지라 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러니 결국 중요한 것은 그 비교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잘 쓰고, 잘 버리냐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회 비교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면, 잘 핸들링 해보자고요. 우리는 계획이 다 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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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비교]
(social comparison)
- 자신의 신념이나 능력, 태도 등을 타인과 비교하여
이를 토대로 자신을 평가하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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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비교의 동기가 무엇이냐에 따라
사회 비교 대상자를 다르게 선정>
1. 유사 비교: 자기 평가 동기
•대상자: 자신과 능력 혹은 태도가 유사한 타인
⇢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평가
2. 상향 비교: 자기 향상 동기
•대상자: 자신보다 실력이나 수행수준 월등하거나 이미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목표를 달성한 사람
⇢ 능력 발전과 성장 의욕 고취
⇢ 열등감, 우울함과 같은 부정적 정서 유발 위험
⇢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 or 자신과 연관성 높다고 생각하는 특성이나 능력 비교 시 부정적 감정 극대화
3. 하향비교: 자기 고양 동기
•대상자: 자신보다 수행 수준이 낮거나 열악한 환경에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
⇢ 자존감에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 불안감 완화, 행복감/자신감 고취
⇢ 안도감
⇢ 비현실적이고 극단적인 자기관 형성 우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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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기’뿐만 아니라
자존감에 관한 개인적 특성과도 밀접한 관련>
자신에게 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고,
자아를 정의하는 데 직결된다고 생각하는 능력이나 특성:
⇢ 자신보다 우월한 사람과 상향비교 하는 과정에서 부정적 정서 생김
⇢ 반면, 자신보다 열등하다는 것이 드러난 상대에게는 긍정적 감정 생성
⇢ 따라서 하향비교 하며 자존감 유지하고 향상시키려 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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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2023년 첫 주가 지나갔네요.
작심 N일 새해 다짐들은 잘 하고 계신지.. _ 에디터 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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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매거진 블랙아웃>은 다음 주 수요일,
'영화가 말해주는 삶의 한 줄' 로 돌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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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OUT CINEMA SOCIAL CL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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