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세 개의 삶을 산다
공적인 삶, 개인의 삶, 비밀의 삶"

- 완벽한 타인 [Intimate Strangers] (2018) -

•  Chapter 1. ✏️ [영화가 말하는 삶의 한 줄 13번째 조각] '우리의 가면'
•  Chapter 2. 💌 [이레의 편지] "이번 주말에 뭐하세요?"
•  Chapter 3. 💬 [고민 상담소] 

  - (1) 사랑하는 사람에게 서운함을 느껴요.

  - (2) 10년을 함께 한 악기를 떠나 보냈습니다.

우리 게임 한 번 해볼까?

"벗겨진 가면"

오늘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오랜만에 모인 커플 모임에서 조금 특별한 게임을 하게 되는데요. 이들은 각자의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게임 시작 이후로 오는 모든 걸 공유하는 흥미진진한 게임을 시작해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한 게임은 시간이 지나고 서로의 핸드폰에서 울리는 알림음이 거듭될수록 살얼음판이 되어가요. 그동안 몰랐던 상대의 모습과 숨겨왔던 비밀, 알고 싶지 않았던 진실까지 가면이 벗겨진 이들의 게임은 과연 행복하게 끝이 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영화를 개봉 당시 극장에서 보았는데요. 영화가 끝난 뒤,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과 함께 수많은 생각들이 오갔던 것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요. 특히 오늘의 한 줄 '사람은 누구나 세 개의 삶을 산다. 공적인 삶, 개인의 삶, 비밀의 삶'으로 시작된 생각의 꼬리는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갈 동안까지도 정리가 되지 않아 집에 돌아가서까지도 여운이 남았어요.

사람은 누구나 여러 가지 모습의 삶을 사는 것 같아요. 친구들과 있을 때, 부모님과 있을 때, 연인과 있을 때, 혼자 있을 때 등등 각각의 사람과 상황에 따라, 혹은 시기와 나이에 따라 다른 모습의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것처럼요. 그런데 가끔은 그 다양한 모습의 '나' 가운데 어떤 것이 진짜 나인지 헷갈릴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그것들 모두 '나'이기는 하지만, 어떤 것이 내가 되고 싶은 나고, 나에 가까운 나인지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되겠다 싶은 순간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공적인 삶, 개인의 삶, 비밀의 삶 가운데 무엇이 진짜 본래의 나일지에 대해 님과 같이 생각해 보고 싶어요.

가면 1

"공적인 삶"

님은 직장, 학교와 같은 공적인 영역에서 어떤 사람이신가요? 사회라는 시스템 안에서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혹은 그곳에 적응해 나가기 위해 공적인 가면을 쓰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비장한 각오로 철 가면을 쓰고 전장에 나가는 중세 시대 병사처럼 말이죠.

제가 공적인 삶 가운데 쓰는 가면을 MBTI로 정의하자면, ESFJ예요. 본래 INFP 성향으로 개인적인 일에는 지극히 무계획인 저는 공적인 일을 하는 데에 있어서 만큼은 계획적인 '루틴'을 중요시해요. 일의 맥락과 일정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것에 따라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안심이 되거든요. 최대한 이성적이려고 노력하고 상대를 이해하려 애쓰기도 하며 대문자 E처럼 붙임성 좋게 모르는 사람에게 다가가기도 해요.

이러한 가면을 쓴 제가 마냥 편하지만은 않은 걸 보면 제게 완벽히 들어맞는 가면은 아닌 것 같아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놀고 일하는 것 역시 너무 사랑하는 일이지만, 제겐 혼자 있는 순간이 반드시 필요하거든요. 에너지로 끌어올린 ESFJ 가면을 너무 오랜 시간 쓰고 있으면, 어느 순간 지쳐버려요. 그래서 저는 공적인 가면을  잠시 내려놓고 다른 가면을 쓰는 시간이 필요해요.

  To. 님

↳ 독자님의 이야기만 들었는데도 제가 다 서운해지는걸요... 연애에 있어서 사랑의 온도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초반에는 타오르는 열정으로 불같은 사랑을 하다가도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편해질 때쯤이면 본래의 온도와 삶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니까요.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서운함은 마음의 영역인지라 자꾸만 바라고 원하는 것이 많아질 때도 있고요.

혹시 서운한 감정을 연인분께 말씀해 보신 적이 있으실까요? 생각보다 연인 사이에서 솔직한 대화를 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저 역시 제 감정을 여과 없이 털어놓고 상대에게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기가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그런데 말하지 않으면 해결되지도 않는 것 같아요. 독자님의 마음을 알아주길 기다리는 사이, 상대는 '이래도 되겠구나', '이해해 주는구나' 하며 오해할 수도, 혹은 서로의 감정을 외면한 채 모른척하고 있는 기간이 늘어날 수도 있으니까요. 그 시간 동안 소모되는 감정은 오로지 독자님의 몫이니 독자님은 점점 더 소진되어 갈 수도 있고요. 아직 솔직한 대화를 나눠보기 전이시라면 한번 서로의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추천드릴게요!

그런데 이미 독자님의 마음을 이야기하셨음에도 지속되는 상황이라면, '서로의 사랑'을 점검해 보시길 바라요. 연인 사이 서운한 감정은 사랑에서 비롯되지만, 상대의 서운함을 헤아려주는 마음까지가 사랑인 것 같아요. 연인분 역시 독자님이 모르는 서운함이 있을 수도 있으니 서로의 사랑을 비추어 보며 무엇이 우리를 위한 사랑인지 맞춰나가실 수 있길 바랄게요.

나와 상대를 모두 온전히 인정해 주는 것이 우리의 관계를 위한 방법이기도 하대요. '나는 게임을 싫어하고 너는 게임을 사랑해. 나는 그런 너를 존중하고 사랑하지만, 나는 여전히 게임을 좋아하지 않아.'처럼 상대와 게임을 분리해 사랑하는 거죠. 나를 잃지 않으며 상대를 존중하고 사랑해 주는 것이 우리에겐 필요한 것 같아요. 

독자님은 연인분을 사랑하시고 그 사람의 행동 역시 존중하지만, 그분의 모든 것을 독자님 역시 사랑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독자님이 상처받고 괴로우시다면, 그 부분은 이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상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상대의 모든 부분을 사랑해 주려 애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눈엔 상처받고 계신 독자님이 더 신경 쓰이니까요. 독자님 편에 있을 테니 언제나 찾아와 주세요🖤

↳ 10년이란 세월, 같은 자리에 늘 존재해 주었던 무언가가 사라지면 가슴 한편이 휑한 기분이 들 것 같아요. 상상만으로도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드는데 불타던 시절을 직접 함께하셨던 독자님은 얼마나 허전하실까요...

10년 전 독자님처럼 새롭고 들뜬 마음으로 악기를 받아든 친구분을 보며 독자님께 어떤 마음이 드셨을지 어렴풋이 짐작이 가기도 하고요. 이렇게 아쉬워하시고 허전해하시는 독자님을 보면 방 한편에 그저 모셔놓기만 하셨던 건 아닌 것 같아요. 악기와 늘 함께 하지는 않아도 악기의 존재에 의지하고 든든해하셨던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어요. 그리고 악기도 그 마음을 느끼며 자리를 지켰을 테고요.

독자님이 악기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셨듯, 이제 악기는 10년 전의 독자님과 같은 새로운 친구를 만났으니 독자님 역시 새로운 시간의 문턱 앞에서 힘찬 발걸음을 내디디실 수 있으셨으면 좋겠어요. 제게 이야기를 해주신 이상, 제가 열렬히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저는 악기를 하나도 다룰 줄 몰라서 악기를 잘 다루시는 분들이 너무 멋있더라고요.. 이야기를 읽는 내내 너무 멋있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