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말하는 삶의 한 줄 #26 <Her>
"당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사랑해요.
당신의 옆에서 당신의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어 행복해요."
- 🎬 그녀 [Her] (2014) -
|
|
|
- Chapter 1. ✏️ [영화가 말하는 삶의 한 줄 26번째 조각]
'시선 끝 세상'
"님, 혼자 있으면 자유로운가요?"
- Chapter 3. 💬 [고민 상담소]
- (1) 지난 고민에 대한 고민 품앗이🌱
|
|
|
To. 님
님, 어김없이 수요일이 돌아왔어요. 매주 매거진 원고를 쓰기 위해 노트북을 펼칠 때면 어떤 이야기로 채워야 할까 고민에 빠지곤 해요. 담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드릉드릉할 때도 있지만, 이렇다 할 주제가 떠오르지 않으면 매번 깊은 고민에 빠진답니다. 별다를 거 없는 일주일을 보낸 뒤엔 더욱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아요.
요즘은 매번 비슷한 루틴으로 지내다 보니 흘러가는 시간을 이용해 요리조리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맞춰져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일어나야 할 시간에 일어나 정해진 시간에 출근을 하고, 점심시간이 되면 밥을 먹으며, 정해진 시간에 퇴근을 하고, 저녁시간이면 밥을 먹고, 자야 할 시간이면 다시 잠에 들며 말이죠. 지극히 시간에 맞춰진 일상을 살고 있지만 그것들이 모여 루틴을 만들기도 하고,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 삶을 구성하기도 하니까요. 보내야 할 시간에 충실하기로 했어요.
이번 매거진은 너무도 평범한 일주일 속에서 그럼에도 발견한 발견에 대해 이야기하려 해요. 돌아보니 재미난 일들이 많았더라고요. 님의 일주일은 어떠셨나요? 같이 떠올려보며 읽어주세요:) |
|
|
"
당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사랑해요.
당신의 옆에서 당신의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어 행복해요.
"
|
|
|
대필,
"대신 전하는 시선"
요 근래 유독 대필을 많이 했어요. 오늘의 영화가 <Her>인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이번 일주일을 채운 일 중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대필'인지라 영화 <Her>이 탁 떠오르더라고요. 영화 <Her>에서 주인공은 다른 사람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로 일하고 있는데요. 타인의 마음을 대신 전해주는 것이 주요 일인 그의 입장이 된 것만 같더라고요. 제 대필은 아주 개인적이고 사소한 일에 관한 대필이었는데 직장 상사에게 보내야 하는 연락부터 헤어지자는 연인을 붙잡는 메시지까지 일상의 크고 작은 일에 대한 대필을 했었어요. 다양한 상황에 이입해 글을 쓰는 것은 제게도 무척 재밌는 일이라 흔쾌히 썼었는데 상대의 상황과 시선에 맞추어 글을 쓰면서 다양한 생각이 오가더라고요. |
|
|
대필을 하며
"축소된 감정만 남은 채로"
한 의뢰인은 유독 직장 상사에게 보내야 하는 연락을 어려워하는 분이었어요. 워낙 조심성이 많고 소심한 성격이라 혹시나 자신이 말실수를 하지 않을까, 예의 없고 불편한 말들을 늘어놓지 않을까 걱정하며 부탁을 하더라고요. 맥락과 상황 설명을 듣고 그에 맞게 글을 써 보내드렸더니 "이레님 머리에 입력되면 어떻게 이렇게 술술 나와요? 챗 GPT 같아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생각지도 못한 말에 박장대소하며 웃다가 헉하며 마음이 쿵 하더라고요.
글을 되게 쉽게 썼거든요. 상황을 듣고는 별다른 고민 없이 기계적으로 썼어요. 마치 이럴 땐 이런 말, 저럴 땐, 저런 말을 해야 한다는 매뉴얼이 있는 것처럼, 통용되는 규칙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이죠. 쓰인 글에는 감정이 담겨 있는데 그 글을 쓰며 담은 감정이라곤 없었어요. 영화 <Her>에서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난 앞으로 내가 느낄 감정을 벌써 다 경험해버린 게 아닐까.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앞으로는 쭉 새로운 느낌은 하나도 없게 되는 건 아닐까. 내가 정말로 느꼈던 그 감정에서 좀 축소된 어떤 감정들만 남는."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딱 와닿더라고요.
요즘은 아니 꽤나 오래전부터 감정에 무뎌졌어요. 감정선의 큰 동요 없이 그런가 보다, 그럴 수 있지, 어쩔 수 없지라는 기제들이 감정의 일정 수준을 톡톡히 지켜내고 있어요. 좋은 일인가 싶다가도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소개팅을 마치고 위와 같은 대사를 내뱉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사랑'이라는 감정에도 그저 무덤덤해요. 지난 연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누군가를 온 마음 다해 좋아한 적이 없어요. 사랑을 사랑하는 저임에도 불구하고 시절을 풍미하는 첫사랑도, 애달픈 옛사랑도 없더라고요. 은은한 사랑을 내비치며 다가오는 사람들 덕에 봄바람이 불다가도 이내 다시 잔잔해져요. 좋아지려 하다가도 조금만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기면,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면, 금방 잦아들더라고요. 진짜 AI가 되어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신년 소원이 무엇이냐는 친구의 물음에 누군가를 좋아해 보고 싶다 대답했답니다. 문득 하루가 궁금해지는 사람이 생기긴 했는데 이마저도 얼마나 갈지 모르겠네요.
사랑도, 행복도, 슬픔도, 기쁨도, 분노도 딱 적정 수준에 머무르는 것을 보니 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이 소중해지더라고요. 가장 최근에 느낀 사랑, 행복, 슬픔, 기쁨, 분노들을 쫓고 있어요.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완연한 색을 보여주었던 감정은 '고마움'이더라고요. 어떤 감정이든 짙게 남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을 소중히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덕분에 GPT와는 달리 다채롭게 살아가게 되었으니까요. |
|
|
공감이란
"상대의 시선이 되어보는 것"
다른 대필 의뢰 중에서 가장 재밌었던 대필은 헤어지자는 연인을 붙잡는 편지 대필이었어요. 원래 남의 연애사가 제일 재밌는 법이잖아요. 긴 연애 상담과 함께 미련 가득 담은 대필을 했었는데 가장 감정이입해 썼던 것 같아요.
어떠한 상황인지를 알기 위해 왜 헤어지자는 이야기가 나왔는지부터 물었는데 그간의 이야기들을 들으니 둘 사이에 공감이 부족했던 것 같더라고요.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한 나머지 상대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죠. 그들이 나눈 대화에는 '나는', '내 입장에서는'과 같이 '나'를 대변하는 단어들이 가득했고 상대를 이해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어요.
연인 간의 싸움에서, 아니 거의 대부분의 싸움에서 '이해시키기'보단 '이해해 보기'를 먼저 해보면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이해시키는 것을 잠시 내려두고 한 발자국만 물러나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상대에게도 분명 존재하는 이유가 보이거든요. 다툼은 결국 각자가 가진 이유들의 충돌인데 이유에는 분명 타당한 논리들이 있을 것이고 그 얽히고설킨 논리들을 풀어나가는 것이 맹목적인 싸움이 아닌 서로를 위한 다툼이 아닐까 싶어요.
'이해해 보기'의 시작은 '공감'이고 '공감'의 시작은 '상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에요. 무작정 상대의 상황을 이해해 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겪은 상황 속에 상대의 시선으로 들어가 상대와 같은 감정을 느껴보는 것이 공감인 것이죠. 상대의 상황을 체험하며 동질의 심리적 과정을 만드는 일, '공'통된 '감'정을 만들어 보는 일이 공감의 본질이거든요.
이번 대필로 의뢰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이 무엇인지 많이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나와 다른 수많은 관계가 결국 '공감'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갖은 고민 끝에 제가 완성한 대필 편지에는 '나'보단 '너'가 많아요. 설득해야 하는 것은 '내가' 아닌 '너'이니 말이죠. 제 최종 클라이언트도 실은 그 편지를 받게 될 분이에요. 최대한 그분의 시선으로 썼는데 부디 마음이 동하시길 바라요. 제 의뢰인이 많이 부족해요. 선처 부탁드립니다.
|
|
|
시선의 의미,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안다"
|
|
|
시선들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나의 시선이 많이 머무르는 곳이 결국 나의 생각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자주 보게 되는 것, 오래 시선이 머무는 곳, 시선이 지나치지 못하는 것과 자연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등등 유독 시선이 자리하는 것들, 그래서 잦은 빈도와 긴 시간을 할애하게 되는 것들이 모여 나의 가치관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아는 만큼 보이지만, 보는 만큼 알게 되기도 해요. 제가 요즘 푹 빠진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나오더라고요. "너랑 있으면 편안하고 꼭 나까지 따뜻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져. 정말 좋아하게 되니까 그제야 네가 보고 있는 곳을 깨닫네."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좋아하게 되면서 하게 된 말인데 여자 주인공을 좋아해 시선이 오래 머물게 되면서 여자 주인공의 시선이 머무는 곳들을 알게 되었다는 맥락이에요.
시선의 끝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담기게 되는 것 같아요. 시선을 주다 보면 좋아하게 되는 것들도 있고요. 무언가 알고 싶고 좋아하고 싶다면 오래 보고 자주 봐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는 요즘 들어 하루가 궁금해진 사람에게 시선이 자주 가는 것 같아요. 관심이 생기면 SNS를 칼같이 들여다보는 편인데 올리실 때마다 빼놓지 않고 빠릿하게 달려가 보고 있답니다.
끝없는 권태에 빠져있기도 한데 그래서 그냥 권태랑 오래 봐보기로 했어요. 1월 한 달은 자유롭게 권태로우려고요. 연초가 적용되는 마지노선의 달이니까요. 그래서 받아들인 권태의 기간 동안은 제 시선이 머무는 것들에 집중해 보려고 해요. 시선의 끝에 어떤 것들이 닿는지, 어떤 것들에 자주 시선이 머무는지 1월이 지나고 돌아보며 또 공유할게요. 우리 같이 1월 한 달은 각자의 시선을 따라가 보아요. 님의 시선 끝엔 어떤 것들이 닿나요?
|
|
|
님의 지난 일주일 중에서
가장 짙게 느낀 감정은 무엇인가요?
가장 완연했던 감정의 색을 들려주세요!
혹은..
혹시나 대필이 필요한 일이 있으시다면 남겨주세요😊
성심성의껏 대필해 드리겠습니다.
의뢰인 님.
|
|
|
❤️
이레의 편지,
<님, 혼자 있으면 자유로운가요?> |
|
|
님, 잘 지내시나요? 1월도 저물어가요. 이제 뉴스레터 2번이면 1월도 막을 내리네요. 당찬 다짐으로 시작한 2024년인데 에너지 가득했던 그 포부도 새로운 해에 적응을 했나 봐요 점점 평소의 온도를 찾아가더니 다시금 '합리화'라는 냉각제가 부어지고 있어요. 환절기를 앞두고 떠나가는 계절이 못내 아쉬운지 날씨도 겨울의 끝자락을 붙잡고 여전히 겨울임을 과시하네요. 그래서인지 주변 이들이 감기에 결렸다는 소식이 들려와요. 님도 몸 건강 든든히 챙기세요. 요즘 감기가 독하더라고요.
유행하는 건 모두 해볼 심산인지 저도 며칠 내내 몸이 좋지 않았어요. 기침이 심해 도저히 집 밖을 나설 엄두가 나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요 며칠 '홈 프로텍터'가 주 업무였답니다😚 원래 집을 가장 좋아하는 집순이인데 집순이에도 강제성이 붙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더라고요. 길고 길었던 코로나 격리 기간은 어떻게 버텼는지 너무 심심하고 지루해 각종 콘텐츠란 콘텐츠는 모두 소비하고 드라마에, 영화에, 독서에 여러 방법으로 도파민을 풍족히 채운 어리석은 집 생활이었답니다.
홈 프로텍터 업무의 일환으로 유튜브 클립으로 드라마 몰아보기들을 봤었는데 너무 재밌는 드라마가 있어 OTT로 다시 정주행을 했어요. '고백부부'라는 드라마인데 혹시 아시나요? 드라마 '고백부부'는 끔찍한 현실에 이혼을 결심한 부부가 자신들이 처음 만나 사랑을 시작했던 대학 시절로 돌아가 새로운 기회와 인연을 통해 결국 서로가 서로의 사랑임을 확인하게 되는 드라마예요. 감정과 현실에 무뎌지고 덤덤해져 요즘 제 MBTI가 'T'로 바뀐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아니더라고요. 드라마를 보며 울고 웃고 화내고 충만한 희로애락을 느꼈답니다.
드라마에서는 과거로 회귀한 주인공들이 각자 새로운 사람과의 인연을 시작해 보려 하는데요. 각자의 이상형이었던 사람과의 인연이 시작될 기회 속에서도 습관처럼 서로를 챙기며 위해주더라고요.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인지 사소한 취향부터 알레르기, 병력까지 챙기며 무심히 나오는 가족 모멘트로 서로에게 향했어요. 둘은 이미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함께한 시간이 길어서, 쌓인 정이 너무나 깊어서 새로운 인연과의 시작 앞에서도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마음의 마음은 서로를 떼어내지 못했어요. 그걸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이상형과 있는 상황 속에서도 상대의 일이라면 물심양면 본능적으로 서로를 향하더라고요. "피가 정말 섞인 것도 아닌데 결혼을 하면 피가 섞인 것처럼 애틋한 무언가가 생겨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고백부부'의 주인공들이 딱 그랬어요. 가족이었던 둘에겐 순간의 설렘이 끼어들 틈 하나 없이 촘촘하고 빼곡하게 농도 짙은 사랑과 정이 들어앉아 있었어요.
'고백부부'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때마침 읽은 책에서 이런 구절이 나오더라고요. '언제나 우리에게 혼란을 주는 복잡하고 애매모호한 단어들이 있다. 정체성, 사랑, 행복, 자유. 이 단어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내가 너를 필요로 한다는 것. 나 혼자서는 아예 성립조차 불가능하다는 것. 이 모든 게 우리가 맺는 '관계'의 문제라는 것.' 혼자 있는 것이 너무 편하고, 고독이란 자유임을 신봉하는 제게는 조금 아이러니하더라고요. 요즘 읽는 책마다, 보는 드라마마다 죄다 사랑이고, 관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보니 조금 질리기도 했어요. 혼자서도 나름 잘 살 수 있을 거 같은데, 혼자가 훨씬 더 편한데 왜 우리는 남과 사랑을 해야 하고 여러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 고군분투 해야 하나 싶더라고요.
생각보다 답은 빠르게, 그리고 간단히 찾아왔어요. 전화 한 통이 오더라고요. 몸이 좋지 않아 약속에 나가지 못한다는 문자를 했었는데 10초도 채 되지 않아 곧바로 핸드폰이 울렸어요. 미안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는데 예상대로 걱정과 아쉬움이 가득한 말들을 건네주더라고요. 서로가 한껏 기대했던 약속인지라 무겁고 미안한 마음을 늘어놓고 전화를 끊으니 몇 분 뒤 또 전화가 왔어요. 더는 미안해지고 싶지 않아 괜한 걱정이나 애석한 아쉬움의 말들이 아니었음 했는데 예상과 달리 뜬금없는 에피소드를 들려주더라고요. 방금 막 재미난 일이 생겼다면서 말이죠. 전화의 용건을 찾던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갈팡질팡했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니 머리와 마음을 놓고 소리 내 웃고 있었어요.
이야기를 마치고 가만히 톺아 보니 혼자였다고 생각한 집콕 기간 내내 실은 누군가와 계속해서 관계를 맺으며 함께하고 있었더라고요. 자신의 일상을 들려주는 사람들과 누군가 자신의 경험을 써놓은 책, 창작자의 정성이 담긴 드라마를 보며 말이죠. 비단 나와 얼굴을 마주하고 만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여러 경로를 넘어 결국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이 제 홀로 라이프를 채우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들과 함께할 때 제가 웃더라고요. 혼자 가만히 있으면 좀처럼 웃을 일이 없는데 어떤 형태로든 제 시간에 들어오는 여러 관계 속에서 비로소 소리 내 웃는 제 자신이 관계와 사랑의 필요성을 입증해 주었어요. 의문이 시작되었던 책의 문장 뒤에도 이런 구절이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코로나 시대는 그 관계가 우리가 거의 생각하지 않고 살았던 박쥐나 야생동물, 자연도 포함된다는 것을 알려준 셈이다.'
혼자이지만 함께했던 집콕 생활이 끝나고 하나 얻은 점이 있다면, '삶은 자칫 무의미하고 무질서해 보이는, 그러나 다분히 유기적인 관계들로 살아진다는 것, 그리고 내가 가진 여유의 면적만큼 다채로이 채워진다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때로 삶이 만사가 부질없어 보이는 권태로 채워지더라도, 이제 막 풀리려나 보다 했는데 다시금 모든 게 어려워지더라도, 사랑에 데여 '다신 사랑 안 해!'를 외치게 되더라도. 살아온 날보다 살아낼 날들이 많으니 지금 느끼는 삶의 그림자가 영원하진 않을 거예요. 우리 새로운 걸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면, 의지와 기력이 상실된 날들이 이어진다면, 새로운 무언갈 들이기 보다 심플하게 지금 가진 걸 더 사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하나하나 사랑하다 보면 차곡차곡 쌓일 거예요. 앞으로 살아낼 날들 속에 님을 웃음 짓게 하는 관계가, 돌고 돌아 결국엔 서로인 든든한 사랑이 한가득 채워지길 바랄게요. |
|
|
'고백부부'에서는
여행을 돌아오기 위해,
가진 것을 더 사랑하기 위해 하는 거라고 말해요.
마침 매거진 마감을 위해 카페에 갔었는데
들고 간 가방 속에서
홍콩 동전 하나가 나오더라고요.
순간 홍콩에서 있었던 추억들이 스치며
찰나였지만 홍콩이었어요.
이렇게 홍콩에서의 기억이 반가웠던 이유도
홍콩에서 돌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계속해서 홍콩이었다면
추억되지 않았을 테니까요.
무엇이든 현재 진행형 현상엔
추억에는 적용되는 '미화'가
작동하지 않는 법이니 말이죠.
'끝'이라는 지점이 생기고부터
스멀스멀 '미화'가 작동하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여행이 늘 추억되는 이유도
끝이 있어서이지 않을까 싶네요.
혹시나 과거의 어떤 일이
여전히 편하지 않은 마음으로,
상처로, 흉터로 기억된다면
아직 끝이 나지 않은 일일 수도 있어요.
이제는 마주하고 끝을 내어 볼까요?
'미화'까진 아니더라도
'그땐 그랬었지'로 편히 추억될 수 있도록 말이죠.
혹은 현재를 괴롭히는 일들이
끝나면 어떨지 생각해 보아요.
시점을 미래로 옮겨
어떻게 추억될지 상상하면서
'미화'필터로 현재를 바라봐 봅시다!
과거로, 미래로 타임슬립을 해보아요
어디로 가셨나요?
👇🏻👇🏻👇🏻
|
|
|
👉🏻 지난 고민:
"어떻게 해야 올바르게 건강과 자아를 찾을 수 있을까요?"
작년 말 유전으로 인한 질환으로 큰 수술을 받았어요. 가볍게 지나가는 감기처럼 잠시 아프고 말면 좋으련만, 이렇게 일상을 잠식하고 과거를 회탄하게 영향을 미치니 참 억울하네요. 원인 불명, 분명 잘못이 없는데도 지난 행적을 추적하며 뭘 잘못했을까, 지탄받을 행동과 실수, 오만과 타인에 대한 공격을 하였는가 수없이 고민하고 상기하였어요. 수많은 순간에 저를 스쳐간 인연들을 만나 물어보고 싶기도 했고요. 이 질환은 진단을 받는 당사자도 처음 들을 만큼 희귀한 확률로 찾아온대요. 빠르게 발견하여 더 심각해지기 전 발견한 게 참 다행이지만, 아직도 대상 없는 원망과 억울함이 남아 저를 괴롭히곤 합니다. 수술 전 그리고 재활 중인 지금도 이미 완치한 혹은 비슷한 수술을 받은 기록들을 검색해보곤 해요. 큰 수술과 재활을 견디는 자신에게 고맙고 대견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요. 몸에 남아있는 9개의 흔적을 볼 때마다 허공을 바라보며 투덜대고 철학적인 생각을 하곤 해요. '꼭 나였어야 했을까?', '그냥 아무도 안 아팠으면 안됐을까?', '더 빠르게 발견했다면 현재가 달랐을까?' 한편으로는, 재활 과정에서 하고 싶은 공부, 취업, 취미를 어떻게 습득하고 쟁취할까, 나만의 커리어를 어떻게 기획하고 형성할까? 건축가나 마케터처럼 구조물을 디자인하듯 고민을 거듭하고 있죠. 사실 앞으로 남은 몫은 제게 달려있어요.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운동 잘 하고. 재활 잘 해서 다음 수술까지 아프지 않는 것. 이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게 가장 큰 산이죠. 그런데, 자꾸 앞서 말한 나란 사람의 여생을 계획하기도 전에, 건강 회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니 체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요. 이런 생각이 드니 계획을 번번이 미루고 미루길 반복하죠. 말만 번지르르하게 취미, 공부, 취업이란 커리어를 구축해야지라고 떠드는 제가 지금 과연 올바르게 현재를 보내는 걸까요? 아니면 잡념만 하면 게으르게 핑계 대고 쉬려고만 하는 걸까요? 과연 어떻게 해야 올바르게 건강과 자아를 찾을 수 있을까요?
|
|
|
↳ 독자님(A): "몸이 회복 되시면 마음도 조금 가벼워 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저도 정말 다행이라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우선 몸이 잘 회복 되시길 바래 봅니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약해지기 마련이죠~ 지금 하고 계신 고민들이 시작이 되어 줄 것 같아요! 저는 고민자 분이 게으르다고 느껴지지 않았어요. 재활 하는 동안에도 많은 생각들을 하고 계시잖아요. 몸이 회복 되시면 마음도 조금 가벼워 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
|
|
함께 고민해 주신 독자님, 감사드려요🖤
님 역시 다른 사람의 의견이 필요하지만,
아는 사람에게 털어놓기 꺼려질 때,
새롭고 객관적인 시선과 이야기가
필요할 때가 있지 않으신가요?
님의 고민을 나눠주세요!
소개된 고민에 대한 의견을 주셔도 좋아요!
우리 같이 고민 나눠요🖤 (고민 나누기는 모두 철저한 익명을 보장드려요🙂)
👇🏻👇🏻👇🏻 |
|
|
👉🏻지난 매거진의 이야기 조각 (1):
님은 어떤 감정을 어떻게 조절하고 계신지 알려주세요!
|
|
|
😤 감정 조절법 하나,
-
저는 정말 감정적인 사람이라("F" 인간화) 조절이 필수적인데요. 원인과 결과를 생각해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났지? 그래서 이랬구나. 이러고도 조절이 안 되면 글로 쓰는 것 같아요. |
|
|
↳ 왜를 쫓아가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객관성과 평정심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네요! 글도 감정의 좋은 해소제가 되어주죠😊 |
|
|
-
사실.. 제가 화가 나는 상황은 '아들' 휴대폰만 쥐고 있을 때 화가 나고요~ 그럴 때는 좀 못 참고 잔소리가 나가요~ 아니면 눈 질끈 감고 제 할 일을 합니다. 그러다 보면 화가 가라 앉기도 하더라고요 ~ 버럭 화를 내기 보다 말을 하지 않고.. 표정으로 '나 지금 화났고,기분 안 좋아 ' 라고 표현되는 거 같아요 ^^ |
|
|
↳ 표정으로 화를 내는 것이 가장.... 무서운... 화임을.. 침묵의 화는 왜인지 더 오싹하더라고요. 대부분 그 침묵의 의미가 무엇인지, 화를 참고 있다는 것과 그 화의 이유를 은연중에 너무 잘 알아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께서도 종종 침묵으로 감정을 표현하시는데 더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
|
|
👉🏻지난 매거진의 이야기 조각 (2):
님은 어떨 때가 가장 편안하게 행복하신가요? 남은 1월은 그 시간을 조금 더 늘려보아요 |
|
|
🖤 편안한 행복 하나,
-
혼자 있는 시간이요^^ 가족들이 잠든 밤이 제일 좋아요. 혼자 글도 써보고 책도 읽고 한답니다. 취미로 그리고 있는 그림에서 변화가 생겼어요. 저는 주로 인물화를 그렸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인물화가 부담스러워 졌어요. 뭔가, 추상적인 그림이 그리고 싶어 지더라고요. 스스로, 왜 이런 변화가 생겼는지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는지 찾아 보려고 애썼는데 이레님의 말씀 처럼 생각 하지 않으려고요.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릿속에 굳이 모르겠는 심경을 찾느라 애쓰고 싶지 않아 졌어요 ~ 언젠가 할 일을 하다 보면 이레님 처럼 번쩍 하고 알게 되겠죠^^ |
|
|
↳ 제가 새벽을 사랑하는 이유도 오롯이 혼자일 수 있어서예요. 밤벗을 찾았네요! 틀에 박히지 않은 그림에 어떤 심경이 담기는지 모르겠지만 인물화보다 조금 더 자유로이 그리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고 싶은 만큼 그리시다 보면 언젠가 심경을 찾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어떤 행동에는 이렇다 할 이유가 없기도 하니 도저히 모르시겠다면 '그냥'이라는 무기를 꺼내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그냥 마음이 이끌려 그렇게 되신 걸지도 모르니 말이죠:) |
|
|
💬 이야기 하나,
인사이드 아웃 정말 좋아 합니다. 속편에 대해서도 잔뜩 기대 하고 있어요! 가족들이 슬픔이를 보면서 저 같다는 말을 해줘요^^ ㅎㅎㅎ 저도 인정 합니다. 제가 파란색도 좋아 하거든요~ 오늘 글 감사합니다^^ |
|
|
↳ 읽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슬픔이가 제일 마음이 가는 캐릭터였는데 슬픔이를 닮으셨다니 반갑네요! 속편이 나온다면 달려가 봐야겠어요ㅎㅎ 슬픔이를 보며 독자님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
|
|
님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오늘의 뉴스레터에 대한 님의 짦은 코멘트를 남겨주세요🙌🏻
님의 일상을 나눠주셔도 좋아요!
우리 같이 이야기 나눠요🖤
👇🏻👇🏻👇🏻 |
|
|
↳ 🎞 오늘의 영화 정보
- 개봉: 2014.05.22
- 등급: 15세 관람가
-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 러닝타임: 125분
↳ 📢 아래 「의견 남기기」에
이번주 뉴스레터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짧은 코멘트도 좋습니다.
간단한 어느 말이나 언제나 환영이에요!
👇🏻👇🏻👇🏻
|
|
|
오늘도 끝까지 읽어주신 님,
님의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매거진 블랙아웃>은 다음 주 수요일,
'심리학과 영화'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
다음 주에 만나요🖤 |
|
|
잠깐! 매거진 블랙아웃을 좋아할 것 같은 친구가 있나요?
아래 링크를 복사해서 공유해주세요 :) |
|
|
블랙아웃 인스타그램 @blackout_cinemaclub 도 태그해 주실 거죠?🖤
👇🏻👇🏻👇🏻
|
|
|
"너는 세계에서 만난 것 중
가장 참혹하지만 가장 다정한 현상"
한영원, <코다크롬> |
|
|
BLACKOUT CINEMA SOCIAL CLUB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