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과 영화, 그 두 번째 조각은 <캐치 미 이프 유캔>입니다. <캐치 미 이프 유캔>은 프랭크라는 천재 사기꾼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위조지폐와 다양한 신분을 사칭하는 사기꾼입니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치고, 무책임한 행동을 하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앓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오늘은, 영화 <캐치 미 이프 유캔>의 프랭크를 통해 반사회성 인격장애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프랭크가 어쩌다 사기꾼이 되었을까요? 프랭크는 분명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성공한 사업가였고,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 아래에서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죠. 그러나 그의 아버지가 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면서 사업이 기울었고, 살던 곳에서 떠나 이사를 가게 되며 그의 삶은 한순간에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도 그의 아버지는 시종일관 당당한 모습을 보였죠. 아버지는 어려운 형편에도 지나칠 정도로 무모한 자신감을 보였고, 프랭크의 16살 생일에는 선물로 백지수표까지 건넸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프랭크의 인생을 변화시켰죠. 프랭크는 전학을 간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자 처음으로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프랑스 교사 행세를 하며 일주일간 다른 이들을 속였습니다. 자신을 놀리는 친구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가명’을 쓰고 ‘남을 기만하는 거짓말’을 했으며, 심지어 그것에 성공한 것이죠. 여기서 멈췄으면 좋았을 텐데 믿었던 어머니의 바람을 목격하고, 결국 부모님이 이혼을 하게 되며 같이 살 부모님을 정해야 하는 순간, 그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됩니다. 선택을 하지 못하고 도망쳐 나와 처음으로 백지수표를 썼고, 돈이 없어 쓸모없는 백지 수표가 간단한 위조로 사용이 가능함을 경험했습니다. 그렇게 16살에 가짜 수표를 현금화하기 시작한 프랭크는 본격적으로 항공사의 부조종사, 의사, 변호사 등으로 사기를 치며 위조수표를 만들어 냈습니다. 가족이 다시 예전처럼 화목해지길 바라면서 말입니다.

반사회성 인격장애는 타인의 권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침해하며, 반복적인 범법행위나 거짓말을 하고 사기성, 공격성, 무책임함을 보이는 인격장애입니다. 한마디로 ‘문제행동을 죄책감 없이 반복하는 것’이죠. 미국 정신의학회의 진단 기준(DSM-IV-TR)에 따르면 반사회성 성격장애는 다른 사람의 권리를 무시하고 침해하는 행태를 전반적으로, 지속적으로 보이며, 이러한 특징이 15세 이후에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래 항목 중 세 가지 이상의 행동이 보인다고 합니다.

1. 반복적인 범법행위: 반복적인 범법행위로 법을 무시하고, 법률적 사회규범을 따르지 않는다.
2. 남을 기만함: 개인적인 이득이나 쾌락을 위해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가명을 쓰거나 타인을 속이는 사기성이 있다.
3. 충동성: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4. 공격성: 쉽게 흥분하고 공격적이어서 지속적으로 몸싸움에 휘말리거나 타인을 공격하는 일이 반복된다.
5. 안전 무시: 본인의 안전 및 또는 타인의 안전을 무시하는 데 개의치 않는다.
6. 무책임함: 시종일관 무책임하다. 예컨대 직업을 꾸준히 유지하지 못하거나 마땅한 재정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공과금, 세금 등)
7. 죄책감 결여: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히거나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것 등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느끼거나 합리화 한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이 정신분열병이나 조증에 의한 행동이 아닐 때, 반사회성 인격장애로 진단합니다. 영화 속 프랭크는 위 항목 중 적어도 4가지 이상은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반사회적인 사람들 중 일부는 달변의 매력을 갖추어 다른 사람을 매혹시키고 착취하기도 한다고 하니, 프랭크는 반사회성 인격장애가 확실해 보입니다. 그러나 반사회성 인격장애로 진단하기 위해선 최소 만 18세 이상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프랭크가 처음 사기행각을 했던 나이는 16세입니다. 때문에 16세 시절 프랭크의 행동은 ‘행실장애’입니다. 청소년기에 타인의 권리나 입장을 침해하거나 나이에 걸맞은 기준 혹은 규범을 깨는 행동을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하는 증상을 행실장애라고 합니다. 흔히 비행청소년이라고 말하는 청소년들의 행동을 행실장애라고 하죠. 이 행실장애가 적절히 치료되지 못했을 때,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이어지게 됩니다. 프랭크는 그의 행실장애를 발견하고 치료해 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도망쳐 나와 혼자 살았고, 아무도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부모님 마저도 그를 외면했죠.

반사회성 인격장애는 환경적 요소가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반사회성 인격장애 환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비일관적인 양육이나 학대, 착취, 유기 등을 지속적으로 경험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사회화를 배우는 과정에서 규범을 습득하지 못하게 되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여 행실 장애가 발생합니다. 또한 어린 시절의 바람직하지 못한 경험과 사건이 인격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따라서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예방하는 방법 역시 양육 과정에서 폭력이나 착취, 유기 및 방관 등을 경험하지 않도록 하는 것, 그 외에 특별한 예방법이 없죠. 그러나 프랭크는 청소년기에 어미니의 외도를 목격했고, 행복했던 가정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더군다나 그의 아버지는 프랭크의 문제 행동을 오히려 자랑스러워하고 방관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프랭크의 부모는 그에게 무관심했고 그를 방치했던 것입니다. 자신들의 입장과 상황만 생각했지 프랭크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그에겐 그를 잡아줄 울타리가 부재했던 것입니다. 그가 가족이 다시 함께 하기를 바라며 범죄행동을 했다는 것에서 그의 행동에 부모의 영향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특징을 살펴보면 자기애성 인격장애와 유사한 특징을 보이며 실제로 이 두 인격장애는 감별하기가 어렵고, 심지어는 두 진단 기준을 동시에 만족할 수도 있습니다. 반사회성 인격장애와 자기애성 인격장애는 모두 타인에 대한 공감 결여와 착취, 사기성 등을 보입니다. 그러나 자기애성 인격장애자는 주로 타인에 대한 우월감과 자신의 존귀함, 혹은 지위 상승과 성공에 대한 욕구로 이런 행동 양식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반사회성 인격장애자들은 주로 물질적 이익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런 행동을 보이며, 충동성, 무모함, 무책임함을 보이는 경향이 큽니다. 자기애성 인격장애는 행동의 목적이 자기 자신에게로, 반사회성 인격장애는 물질적 이익으로 향하는 것이죠. 그러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두 인격장애는 본질적으로 거의 같은 정신병리이면서 서로 다른 발현양식이라 해석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우리 모두가 아는 정신병리가 있죠? 사이코패스(psychopath), 소시오패스(sociopath)라는 용어도 공식적인 진단명은 아니지만,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와 거의 동일한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하위개념에 속하는 인격장애 입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 중 극 소수만이 사이코패스라고 합니다. 이들은 다른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달리 자신의 문제와 감정을 잘 숨깁니다. 평소에 잠재되어 있다가 끔직한 범행을 통해서만 사이코패스 기질이 밖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사이코패스를 미리 알아보는 것은 쉽지 않죠. 소시오패스 역시 사이코패스와 비슷한 특징을 보이나 자신의 범행을 인지한다는 점에서 사이코패스와는 차이가 있죠. 중요한 것은 이 둘 모두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일종이라는 것입니다.

반사회성 인격장애는 치료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특정 치료가 장기적인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증거도 없습니다. 따라서 당장 문제가 되는 행동에 대한 단기적 목표에 중점을 두고 치료를 합니다. 이들은 죄책감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을 대할 땐, 양심이나 죄책감, 후회를 불러일으키기보다는, 친사회적인 행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기적인 이익과 물질적 가치에 초점을 두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프랭크를 쫓던 칼이 그에게 FBI와의 협업을 제안하고, 위조지폐와 관련된 사건들을 함께 수사하며 그를 다시 사회 속으로 끌어들인 것처럼 말입니다. 칼은 프랭크에게 반사회적 행동을 했을 때의 쫓기고 불안정한 삶과 친사회적 행동을 했을 때의 안정적인 삶, 장기적인 금전적 이익의 양면을 보여주었습니다. 죄책감을 유도하기보단, 친사회적인 행동의 장점을 보여주며 회유한 것입니다. 칼은 프랭크의 친구가 되어 주었고, 그렇게 다시 사회로 돌아온 프랭크는 출소 이후 보안 시스템을 개발해 부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의학적 치료는 어렵지만, 통계적으로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문제 행동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상당수가 나이가 듦에 따라 자신의 반사회적 행동이 오히려 사회생활과 대인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고 행동을 교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치료하는 방법은 그 행동이 그리 좋지 못한 행동임을, 다른 더 좋은 방법도 있음을 자기 스스로 깨닫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그것을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자신의 행동을 문제행동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문제임을 인정한다는 것이니까요. 어떤 것이 옳지 않다고 깨닫는 것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를 스스로 깨닫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굳게 형성된 사고의 틀은 그것을 깨고 나가는 데에 많은 용기와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스스로 깨닫는 그 용기를 낼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의지를 갖고 사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옆에 있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들의 행동 속에 담긴 결핍을 봐주는 사람 말이죠. 누구에게나 있는 마음의 빈자리가 유난히 큰 사람들입니다. 그 빈자리를 잘못된 방법으로 채운 나머지 길을 잃고 반대로 가게된 것이죠. 그들을 다시 곁으로 끌어와주는,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가진 누군가에게도, 우리 모두에게도 말입니다. 거창한 무언갈 해주지 않아도 그저 옆에 있어주며 은근한 든든함으로, 잠시 동안의 따뜻함으로 그들의 부족한 마음을 채워주는 사람,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어느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음 속 어딘가에 자리한 조금의 따스함이 누군가의 마음 속 빈공간을 가득 채우는 훈훈한 온기가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우리도 그 온기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 죄의식 없이 타인의 권리와 안전을 해치고 

반사회적 행동을 일삼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인격 장애

<미국정신의학회의 진단기준(DSM-IV-TR)>

1. 반복적인 범법행위: 반복적인 범법행위, 법률적 사회규범을 따르지 않음.
2. 기만: 개인적인 이득이나 쾌락을 위한 반복적 거짓말, 가명을 쓰고 속이는 사기성이 있음.
3. 충동성: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음.
4. 공격성: 쉽게 흥분하고 공격적, 타인을 공격하는 일이 반복.
5. 안전 무시: 본인의 안전 및 또는 타인의 안전을 무시하는 데 개의치 않는다.
6. 무책임함: 시종일관 무책임하다.

 <원인>

 1. 선천적 요인: 유전

  - 선천적으로 충동성과 감각추구 성향이 높음
  - 뇌의 세로토닌 전달 기능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추정

     ⇢. 뇌에서 감정 반응과 관련된 변연계-전전두엽 회로 기능이 떨어져 있는 연구 결과

     ⇢ 인지기능 중 공간지각 및 기억능력 이상으로 충동적으로 위험한 자극을 추구

2. 후천적 요인: 환경

  -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비일관적인 양육이나 학대, 착취, 폭력, 유기를 지속적으로 경험

  - 어린 시절의 바람직하지 못한 경험과 사건

  - 사회화 실패

 <치료>

 - 당장의 단기적 목표에 중점을 둔 치료 

     ⇢ 치료하기 어려움, 특정 치료가 장기적인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증거도 없음

 - 친사회적인 행동을 통한 장기적인 이익과 물질적 가치에 초점

     ⇢. 양심, 죄책감, 후회를 불러일으키기 보다 효과적

  1) 인지 행동 요법

     - 행동과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파괴적인 사고 패턴을 식별하고 변화시키는 것에 초점

  2) 마음 헤아리기 요법

     - 정신 상태가 대인 상호 작용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는 심리치료

  3) 특정 약물 사용(일부 증상의 경우)

     - 기분을 안정시키는 데 사용되는 약물 또는 항우울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후 억제제)

 <경과/합병증>

 - 아동기의 행동장애가 반사회성 성격장애로 이어짐

     ⇢ 특히 10대 이전에 복합적인 비행은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이어질 가능성

 - 나이가 들며 파괴적 행동 줄어들 가능성

     ⇢. 대신 건강염려증이나 우울증을 호소

     ⇢ 마약과 같은 물질 관련 장애, 충동조절장애가 합병될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