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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만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해

-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 (1990) -

저는 지난 한 주간 정말 다양한 감정과 생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리저리 휘청이다 겨우 정신을 차렸어요. '나의 행복'과 '상대의 행복', 행복의 모순 속에서 조금 어수선한 마음이 들었거든요. 지난 뉴스레터 <23 아이덴티티>편에서 제 MBTI가 'i'라고 살포시 알려드렸었는데, 혹시 발견하셨나요? 제 MBTI는 INFP인데요. 타인의 감정에 민감한 INFP답게 감정의 전이가 정말 잘 되는 저는 카멜레온처럼 읽고 보고 듣고 경험한 것에 따라 감정의 온도가 바뀌곤 해요. 그런데 지난 한 주, 보고 읽고 들었던 것들이 전부 '관계'에 대한 것들인지라 각각의 사연에 담긴 관계를 생각하며 생기 있는 날들 속에서 조금은 가라앉은 마음으로 지냈던 것 같아요.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고민이 "어떻게 하면 나를 잃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였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관계 속에서 나와 상대를 위한 노력의 정도를 조절하는 것에 고민을 갖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나와 상대 모두를 위하는 방법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다 보니 꼬리에 꼬리를 이은 생각이 하염없이 밀려왔어요. 나와 우리의 행복을 위해 지극히 노력했던 애정이 도리어 나를 소모하고 있을 때, 어느 순간 불행으로 변모 된 행복과 마주했을 때, 행복의 이면에 있는 불행, 그 모순들에 대한 조각으로 산란해진 머릿속이 꽤나 열일 했던 한 주였어요. 그래서 오늘은 그 '생각 조각'들을 조금 풀어보려고 해요.

관계에 대하여

"노력을 노력하기"

지난주처럼 많은 생각이 휘몰아치면 에너지 소모는 크지만 그 후에 남는 흔적은 꽤나 값진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스스로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 마인드셋의 재정비가 이루어지는 시간이 되기도 하니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생각 홍수 기간' 동안 깨달은 점 하나는 이제껏 제가 스스로를 방어하고 있었다는 것이었어요. 실은 감정적으로 매우 약한 INFP이면서 강한 척, 센 척 했던 것이죠. 지난 뉴스레터에서 MBTI가 본질에 집중하는 유형론 검사라고 알려드렸었는데 기억하시나요? MBTI는 날 때부터 갖고 태어난 나의 본질에 관한 검사기 때문에 MBTI 검사를 할 땐 나의 현재 상태가 아니라 좀 더 무의식적으로 내 본모습에 다가가 응답하려 노력해야 해요. 그렇게 나온 MBTI는 '기질'에 대한 결과이기 때문에 쉽게 바뀌지 않게 되죠. 간혹 오랜만에 검사한 MBTI가 바뀌는 경우에는 요즘 자신이 처한 '현재 상태'의 영향이 개입된 걸 수도 있어요. 제 경우에는 원래는 INFP이지만 INFJ가 나오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INTJ 같다는 말을 듣기도 하거든요. 본래 INFP 성향을 보완하고 방어하기 위해 INFJ의 또 다른 내 모습을 만들기도, INTJ의 모습을 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INFP 일 때 본래의 전 생각보다 게으르고 여리거든요.

그렇게 '자기방어'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지난 뉴스레터에 피드백을 남겨주신 구독자님의 '관계'에 관한 질문 답변으로 '제 경우, 한 사람만 노력하는 관계라면 놓아버린다.'라고 답변드렸었는데 이 역시 제가 했던 자기방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경우엔 두 가지 자기방어에 해당되는데

1) 더 이상 자신을 소모하기 싫은 마음에서의 방어와

2) 상대로부터 돌아오는 차가움과 마주하기 싫은 마음에 먼저 놓아버리는 방어일 것 같아요.

물론 전자의 경우, 끊임없는 노력에 스스로가 너무 지친 나머지 그 관계를 놓아버리는, 나 자신을 위한 자기방어이지만, 후자는 방어보단 '포기'에 가까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력은 생각보다 상대적이라 그 노력이 실은 내 입장에서만, 나 좋자고 한 노력일 수도, 상대와 내가 바라는 노력이 서로 다를 수도 있거든요. 때문에 상대와 나, 우리는 모두 노력하고 있음에도 점점 사이가 안 좋아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상대의 노력 방식을 알아채보려, 우리의 방식을 조율해 보려 '노력을 노력해 보려' 하지 않고 내가 상처받기 싫어 도망가는 방식은 방어보단 '포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노력에 담을 사랑에도 상대에 대해 알려는 의지가, 배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누군갈 사랑하기 위해서 그 사람에 대해 먼저 알아야 했던 것이죠. 물론 자연히 흘러가는 시간이 우리의 '인연 시간'이 쌓이는 동안 서로에 대해 알아가게 해 줄 수도 있겠지만, 나 혼자의 이해가 아닌 각자의 언어로 서로의 해설지를 수정해나가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아요. 그게 당장 어렵다면 누구에게나 반갑게 해석될 언어로 조그마한 마음부터 전달해 보는 건 어떨까 싶어요. 이를테면 "고마워"처럼 말이죠. 상대가 바라는 노력이 생각보다 거창한 것이 아닐 수도 있으니 말이에요. 우리가 상대에게 늘 "내가 네게 어려운 걸 바라는 게 아니야"라고 하는 것처럼요.

시간이 있을 때 장미 봉우리를 거두라.

시간은 흘러

오늘 핀 꽃은

내일이면 질 것이니

“이 말을 라틴어로 표현하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지. 현재를 붙잡으라, 시간이 있을 때 장미 봉우리를 거두라. 왜 시인이 이런 말을 썼을까? 왜냐면 우리의 몸은 언젠가 벌레가 먹게 될 테니까. 이 방에 있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언젠가 숨이 멎고 차가워지고 죽을 테니까.“

오늘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이 인용한 이 시는 '시간을 버는 소녀에게'라는 짧은 시인데요. 키팅은 이 시를 통해 아이들에게 다신 오지 않을 현재에 충실하게 살며 자신을 꽃피우라 말해요. 이와 관련해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 역시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바라다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마저 망쳐서는 안 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도 행운의 선물이었다는 점을 기억하라."라고 하며 현재를 살 것을 강조하죠. 지나간 과거를 걱정하며, 다가올 미래에 행복할 것을 기대하며 현재를 수단으로 사용하지 말고 지금 살고 있는 순간순간의 행복에 집중하라는 것이에요. 언젠가는 질 것이라는 자신의 운명을 아는 듯, 모든 순간 아름다운 꽃, 오늘의 편지는 독자님의 모든 순간이 아름다운 행복으로 가득 차셨으면 좋겠는 마음으로 보내드려요.

↳ 다신 오지 않을 순간을 살고 있는 우리, 그 소중한 시간 속 독자님의 순간은 어떠하신가요? 시간은 흘러 오늘 핀 꽃은 내일이면 지겠지만, 뿌리를 내리고 싹이 움트는 순간부터 꽃이 활짝 피었다 다시 지는 모든 순간, 타고난 그대로 예쁨 받는 꽃처럼 독자님도 존재 자체로 사랑받는 소중한 존재라는 걸 언제나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아무도 날 모르는 곳에서 허심탄회하게 하소연할 곳이 필요할 때, 나의 아픔을 아무도 공감해 주지 못한다 느낄 때,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매거진 블랙아웃을 떠올려주세요. 제가 언제나 이 자리에서 독자님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하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에디터와 매거진인 지라 독자님의 도움이 많이 필요해요🙏🏻앞으로 오류 없이 발송 드릴 수 있도록 꼼꼼히 검수해 보내드리겠습니다. 오늘도 귀한 시간 내어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 점집 예약 엔딩이네요?😂 MBTI뿐만 아니라 모든 심리 검사가 그렇듯 한 사람의 모든 점을 명료하게 나타낼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아마 앞으로도 그런 검사는 없지 않을까 싶어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뀌는 마음을 수치화하여 객관화 시키는 것이 과연 가능할 수 있을까요? 현재로서는 진단 검사로 정신의 건강을, 비진단 검사로 마음의 상태를 알아보는 것뿐, 그 사람을 한마디로 정의할 문자는 '이름'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 더욱더 '소통'이 중요해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도 MBTI는 큰 맥락에서 그 사람이 어떤 유형인지 참고하는 용도로는 아주 좋은 것 같아요. MBTI를 통해 나와 비슷하거나 다른 그 사람을 '인지'하고 지속적인 소통으로 서로가 누군지 알아가며 돈독해지는 관계로 나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