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의 고향 라이프에서 가장 중요한 일과는 끼니를 챙기는 일입니다. 갑자기 연락도 없이 내려온 혜원에게 친구들은 “왜 내려왔냐?”라고 묻습니다. 혜원은 “배고파서”라고 답하죠. 진짜인 것 같습니다. 정말 잘 먹어요. 그곳에서 혜원의 하루는 밥에 의해 돌아간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겁니다. 혜원은 갖가지 음식들을 대단히 정성스럽게 챙겨 먹습니다. 밭에서 직접 재료를 구하고 그날의 자신이 원하는 요리를 만들어 먹으면서요. ‘편세권’ 아닌 ‘밭세권’ 의 그곳에선 자연에서 오는 좋은 재료들로 만든 맛있는 한 끼만이 고생한 나를 위해 줄 수 있는 최대의 보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끼니를 챙겨 먹는 일은 혜원뿐만 아니라 한국인 모두에게 언제나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밥심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은 밥이 얼마나 중요하면 인사말까지 밥으로 합니다. ‘밥은 드셨어요?’, ‘ 제가 밥 살게요.’, ‘ 다음에 밥 한 번 먹어요’ 등 안부도, 미안함도, 고마움도, 심지어 거절까지 밥으로 합니다. 잘 차려진 맛있는 음식을 행복하게 먹길 바라며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서투른 마음을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죠. 이렇게 보면 혜원에게 밥 역시 이제는 자신을 챙기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챙겨야 할지 몰랐던 서투른 혜원이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미안함과 애정의 마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배가 고파서 고향에 갔다던 그녀가 정성스럽게 차린 음식으로 스스로를 대접하며 채웠던 것이 배고픔만은 아니었던 것이죠. 혜원은 그동안 돌아보지 못했던 도시에서의 ‘허기진 나’를 그동안 고팠던 자신에 대한 ‘돌봄’으로 채워갔어요. 그렇게 혜원은 그녀만의 리틀 포레스트, 고향에서 ‘치유’해나갔습니다.

 도시에서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여러분은 삶을 ‘살아가고’ 계신가요, ‘살아내고’ 계신가요? 혹시 일상의 쳇바퀴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새 피로에 무뎌지며, 알 수 없는 공허함과 허탈함 속에 하루를 살아내고 계시진 않으신지, 해내야 하는 일들 앞에 조급한 마음과 현실의 무기력함 사이에서 좀처럼 갈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고 계시진 않으신지 묻고 싶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그 번로한 삶 속에서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나 자신' 입니다. 순탄치 않은 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건 가족도, 친구도, 애인도, 직장 동료와 상사도 아닌 자기 자신이에요. 그러니 내가 가장 공들여 챙겨야 할 사람 역시 ‘나’이어야 합니다. 모두가 알지만 너무나 당연해서 쉽사리 놓치고 있죠.

  우리는 이제라도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텁텁한 숨을 내쉬고 있는 자신을 위해 우리가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는 자신만의 ‘리틀 포레스트’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굳이 어떤 장소가 아니어도 좋아요. 그동안 하지 못했던 간단한 취미활동을 해보는 것도 좋고 무작정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쉬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내가 편안히 숨 쉴 수만 있다면요. 그리고 오늘 하루만큼은 영화 속 혜원처럼 제대로 된 밥 한 끼 정성스럽게 챙겨 드셔 보시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그동안 돌아보지 못했던 여러분의 하루에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물으며 좀처럼 챙기지 못했던 자신을 스스로 토닥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적어도 오늘은  밥 거르지 말고,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먹지 말고, 대충 때우지 말고, 잘 챙겨 드시길 바랍니다. 

 수확의 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익어가는 농작물들과, 맛있게 먹을 알맞은 시기가 있는 제철 음식처럼 우리도 완전히 영그는 각자의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너무 조급해하지 맙시다. 나를 챙기는 일에도 시간을 내어 주자고요. 가끔씩은 빽빽한 도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리틀 포레스트에서 한 움큼 참았던 숨을 내쉬는 여유를 가지며 그렇게 우리 잘 먹고, 잘 살아갑시다.

🎬 여기 삶에 지쳐 자신만의 리틀 포레스트로

떠난 두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Netflix)

갑작스러운 감독의 죽음으로

하루아침에 일감이 뚝 끊겨버린

영화 프로듀서 ‘찬실’이 달동네로 이사가며

‘자신’을 찾아나가는 이야기

부디 영화를 보시는 동안만큼은 평온하시길,
여러분의 고된 하루에 쉼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