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

  우선 인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조는 조선의 16대 왕으로 광해군을 내쫓고 인조반정을 통해서 왕위에 오릅니다. 반정을 주도해 왕위에 오른 인조는 자신의 왕위에 대한 정통성 확보에 아주 예민했습니다. 광해군에게도 적대적이었죠. 광해군은 중원 왕조 명과 후금 사이에서 중립의 입장을 취하는 중립외교를 펼쳤습니다. 인조는 이에 반대해요. 예로부터 조선은 명나라를 사대하며 받들었는데 그런 명을 위협하는 유목민 왕조, 조선에겐 오랑캐인 후금에도 우호적인 태도는 명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명과 친하게 지내고 후금을 배척하는 ‘친명배금’ 정책을 실시합니다. 그런데 중원 왕조 사이에서 세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후금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인조의 정책은 눈에 가시였어요. 이것이 앞으로 일어날 불행의 시작이었습니다.

 후금은 광해군 폐위를 문제로 삼아 조선을 침략해왔습니다. 이것이 ‘정묘호란’입니다. 이 전쟁에서 패배한 조선은 후금과 형제의 의를 맺게 됩니다. 그럼에도 인조는 친명배금 정책을 고수했고 힘을 키운 후금이 국호를 ‘청’으로 바꾸고 재침략을 하게 되니 이것이 ‘병자호란’입니다. 남한산성에 고립된 인조는 항전하다 결국 항복하였고 삼전도에서 왕의 옷이 아닌 평복을 입은 채 청 황제 아래에서 삼배구고두례, 3번 무릎 꿇고 9번 머리를 조아리는 굴욕을 당합니다. 사실 이 삼배구고두례는 후금의 만주족 입장에서는 일상적인 인사법이었으나 명을 사대하던 조선과 인조의 입장에서는 청 황제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것 자체가 충격과 국치의 항복 의식으로 다가간 것이죠. 이에 더해 그의 아들인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불모로 잡혀갔고 그렇게 조선은 청과 군신관계를 맺게 됩니다.

<소현세자>

 그렇다면 영화 속 중심 소재의 주인공 소현세자는 어떤 인물일까요? 소현세자는 인조의 장남으로 인조반정으로 인조가 왕위에 오르자 14살의 나이로 세자에 책봉됩니다. 병자호란이 일어나 봉림대군과 함께 청에 포로로 잡혀갔으나 그곳에서 소현세자는 중원을 차지한 청나라의 힘을 직접 경험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그는 발전한 청의 문물을 보았고 조선과 청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청의 고관들과 친분을 맺었습니다. 조선인들을 노예시장에서 구출했으며 청나라에 외교적 고문 역할도 하였죠. 이런 소현세자가 8년 만에 돌아왔을 때 아버지 인조는 마냥 반기지만은 못했습니다. 삼전도의 굴욕이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는 인조에게 청의 총애를 받고 있고 그곳의 문물을 경험하고는 청의 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소현세자는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대상이었습니다. 게다가 청나라가 소현세자를 왕의 자리에 앉히려 한다는 소문까지 돌았죠. 가뜩이나 왕위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 차있던 인조는 더욱더 집착 어린 광기에 휩싸이게 됩니다. 영화 <올빼미> 속에는 인조가 구안와사로 안면신경이 마비되는 모습이 담겨있는데 그를 짓누르는 압박과 불안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그렇게 갖은 고생 끝에 돌아왔지만 환영받지 못한 소현세자가 귀국한 지 2달 만에 사망합니다. 공식적인 병명은 학질, 즉 말라리아였지만 그의 죽음에는 몇 가지 의문점이 존재해요. 소현세자는 4월 23일 학질 진단을 받고 24일 학질 치료를 위해 침을 맞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25일 다시 침을 맞고 병세가 급격히 나빠져 26일 사망합니다. 학질 진단을 받고 3일 만에 사망한 것입니다. 하지만 학질은 이렇게 급사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며 더군다나 죽었을 때 소현세자의 모습은 학질이 아닌 약물 중독으로 죽은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피부는 전부 검은빛이었고 이목구비의 일곱 구멍에서는 온통 피가 흘러나왔죠. 그의 독살 배후로 의심되는 인물인 소현세자의 담당 의원 이형익은 그의 죽음 3개월 전 의관으로 특채되어 인조의 애첩 조소용의 친정과 친분이 있던 자로 소현세자 내외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소현세자 독살설과 관련하여 이형익을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인조는 처벌하지 않았고 오히려 세자 책봉에서도 소현세자가 죽으면 세손에게 왕위를 전해야 하는 법을 어기고 봉림대군을 세자로 책봉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소현세자의 아내인 강빈에게 마저 사약을 내립니다. 자신에게 올린 전복구이 안에 독약을 탔다고 누명을 씌우며 말이죠. 소현세자의 세 아들 중 두 아들 역시 제주도로 유배를 보냈고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강빈의 친정어머니도 처형시켰죠. 그야말로 소현세자 일가족을 풍비박산 냅니다.

 영화는 인조와 소현세자의 관계 그리고 소현세자의 죽음에 둘러싼 의문점들을 주맹증 침술사 ‘경수’라는 가상의 인물과 함께 보여줍니다. 주맹증 환자는 밝은 곳에서는 볼 수 없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어느 정도 식별 가능한 정도로 보인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가 봉사인 줄 아는 이형익은 그를 옆에 두고 데리고 다닙니다. 그렇게 경수는 은밀한 어둠 속에서 소현세자가 독살 당하는 장면의 유일한 목격자가 됩니다. 그가 소현세자의 독살을 어떻게 해결해나가는지를, 그 과정에서 여러 이해관계들의 얽히고 설킨 패권 싸움을 영화는 어떻게 보여주고 있을까요?

 빛이 밝은 낮에는 잘 보지 못하지만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내려앉은 밤이 되면 볼 수 있는 ‘경수’, 권력과 탐욕이라는 빛에 눈이 멀어 정작 중요한 것들을 보지 못하는 인조와 고위 관료들과는 달리 ‘경수’는 모든 갈등과 야욕들이 잠든 어두운 밤이 되면 그제서야 보이는 세상의 빛들을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곳에서 가장 잘 보이는 사람은 ‘경수’가 아닐까요? 몰입감 넘치는 스릴과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탄탄한 배우진들의 연기와 여러 가지 재미 요소까지 똑똑하게 역사를 잘 활용한 픽션 역사극으로 아주 흥미롭게 본 영화였습니다. 놓치기 전에 극장에서 관람하시길 추천드려요 :)

🎬 여기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영화를 소개합니다.

<남한산성> (Watcha)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청의 대군이 공격으로 임금과 조정은

적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숨어든다.

청군에 완전히 포위된 상황에서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과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을 필두로

첨예하게 맞서는 대신들의 의견 속에 놓인

‘인조’(박해일)의 이야기

그저 지나간 세월 속 무언가가

역사가 되어 가치를 지닐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것을 기억하려는 사람들의 진심과 노력이 현재까지 이어져

잊히지 않고 현재 우리에게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영화 <올빼미>를 통해

조선 역사의 한 부분을 살펴본 것처럼요.

이런 ‘연속성’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역사를 잊으면 안됩니다.

기억하려는 의지를 갖고 노력으로 기억해서 전달해야 합니다.

과거가 현재의 기반임과 동시에

지금 살고 있는 현재가 과거가 되기 때문에

현재는 미래에 역사가 될 것들의 진행형이며

고로 역사는 현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가

때로는 이렇게 과거도 기억해 주고 관심을 가지며

현재가 기억되기 위해 여러 기록도 하고,

미래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사는 

역사 전달자이자 생성자가 되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