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유명한 장면인 스케치북 고백 장면은 사실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는 마크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줄리엣과 마크의 친구 피터의 결혼식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행복과 축복이 가득한 결혼식이지만 마크는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습니다. 마크가 줄리엣을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결혼식 후 결혼식 영상을 보내달라며 집으로 찾아온 줄리엣에게 자신이 찍은 영상을 보여주며 마크는 줄리엣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키게 됩니다. 그가 찍은 영상에는 오직 줄리엣만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시간이 지나 크리스마스가 다가왔고 크리스마스의 힘을 빌려 그는 그의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 그녀의 집 앞으로 찾아갑니다. 여기서 그 대망의 명장면이 탄생한 거죠. 스케치북을 꺼내 가슴 아파도 내게는 완벽한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거라는 고백을 하는 마크, 단순히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의미에서의 고백이었지만 ‘크리스마스니까' 용기를 내어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마크입니다.

 마크의 이야기는 영화의 수많은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영화에는 크리스마스의 힘을 빌려, 크리스마스니까, 크리스마스라서 용기를 내어 사랑을 전하는 많은 이들이 나옵니다.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게 된 영국 수상과 비서, 가사도우미에게 청혼하는 제이미의 이야기, 바람을 피운 남편을 용서하는 아내, 여자친구를 만들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콜린 등 다소 이상하고 일어나서는 안되는 사랑부터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는 사랑까지 각자만의 사정 속에서 피어나는 여러 형태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것은 하나, 크리스마스에는 믿어볼 만한 힘이 있다는 것 입니다.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사랑도 있었지만 그것 또한 크리스마스의 이상한 기운의 탓으로 돌리며 넘어가 주자고요. 크리스마스니까요!

 저는 크리스마스보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이브에 더 마음이 가는 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 당일은 막상 고이고이 쌓아왔던 기다림에 비하면 그다지 특별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마치 냄새가 맛을 못 따라가는 델리만쥬 같달까요. 오히려 크리스마스에 가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이브에 작은 만남과 인사말에도 쉽게 감동하고 마음이 부푸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보면 그래도 크리스마스에는 정말 힘이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 쉽게 마음을 열게 만들고, 작은 것에도 큰 행복을 느끼게 만들며 괜스레 말랑말랑해진 마음으로 무언갈 용서할 수도, 용기를 낼 수도 있게 만드니까요. 그래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는 무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약간의 기대감과 바람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를 11일 앞둔 오늘, 여러분은 어떤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꿈꾸시나요? 우리, 크리스마스에 일어났으면 좋겠는 저마다의 기적을 지금부터 고이 간직해 봅시다. 혹시 알아요? 정말로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 그리고 대망의 크리스마스가 되면 크리스마스의 힘을 빌려 가족에게, 친구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못다한 말을, 여러 마음들을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마음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크리스마스니까요!

 크리스마스가 지나가도 아직 우리에겐 기다릴 것이 하나 더 남아 있습니다. 바로 12월 31일과 1월 1일, 해가 넘어가는 그날, 그 순간입니다. 지난 묵은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끝과 시작이 바통을 터치하는 바로 그날을 기다릴 차례입니다. 그러고 보면 12월은 기다림의 달인 것 같습니다. 1년 한 해를 열심히 기다려 왔고 앞으로의 나날들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새 날을 기다리는 달이니까요. 여러분은 지난 2022년, 무엇을 기다리고 무엇을 맞이하셨나요? 그리고 다가오는 2023년에는 어떤 기다림을 준비하고 계시나요? 12월이 되면 어김없이 기다리게 되는 크리스마스와 새로운 시작의 첫머리 앞에 무언가는 다를 것만 같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신년, 모두가 기다리는 그날들에는 언제나 두 손 가득히 따뜻한 축복과 풍요가, 포근한 온기가 가득하길 바랍니다.

모두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 여기 또 다른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꿈꾸는

두 영화를 소개합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Watcha)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실의에 빠진 ’샘’은

아들 ‘조나’와 함께 시애틀로 이사한다.

한편, 완벽한 남친 ‘월터’와의 결혼을 앞둔 '애니'는

가족들에게 그를 소개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밤,

새엄마가 필요하다는 라디오 사연을 보낸 '조나'와

아내와의 행복했던 추억을 잊지 못하는

'샘'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된다.

그의 진심 어린 사연에 '애니'는 그가

자신의 운명의 짝이라는 이끌림을 느끼게 되고

'샘'과 '조나'를 만나기 위해 시애틀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