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과 영화, 이번 이야기는 바로 <타이타닉>입니다. 최근 재개봉한 영화 <타이타닉>은 대표적인 명작 로맨스인 만큼 다시금 우리에게 큰 울림과 감동을 주고 있는 영화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타이타닉>은 침몰선 타이타닉 호의 침몰 사고를 바탕으로 그려낸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인데요. 쉽지 않은 사랑을 이어간 두 주인공의 깊은 사랑이 새드 엔딩으로 끝마치게 되면서 더욱 애절한 마음이 들게 하는 영화입니다.

때는 1912년, 명문 상류층 가문의 딸 로즈는 집안이 몰락하는 바람에 철강 재벌의 아들 칼과 원하지 않는 약혼을 하게 됩니다. 그러고는 그와의 결혼식을 위해 타이타닉 호의 특등실에 승선하게 되죠. 사랑 없는 결혼을 위해 배에 오른 그녀에겐 모두가 선망하는 그 배가 노예선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처지에 비관하던 그녀의 앞에 운명의 상대 잭이 나타납니다. 떠돌이 잭은 포커판에서 우연히 따낸 3등실 티켓으로 타이타닉 호에 승선하게 됐습니다. 그는 그녀와는 다르게 능동적이고 활기찼습니다.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였고 행동에 거침이 없었죠. 그렇게 자유를 꿈꾸는 새장 안의 여인 로즈는 자유로운 영혼의 잭과 사랑에 빠집니다. 둘은 배에서 내린 후에도 함께할 것을 약속하지만, 그 약속이 무색할 만큼 잔인한 운명이 그 둘을 갈라 놓게 됩니다. 거대한 빙산에 부딪힌 배가 침몰하게 된 것인데요. 로즈를 너무도 사랑한 잭은 로즈를 살리기 위해 죽음을 택하게 됩니다. 결국 로즈는 구출이 되었지만, 잭은 살아돌아오지 못했죠. 둘의 사랑이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영화의 결말은 우리가 바라던 해피엔딩이 아니었습니다. 잭이 죽었고 로즈 혼자만 살아남게 되었으니까요. 영화에 표현된 그녀는 삶을 포기하지 말라던 잭의 유언에 따라 생존 이후 다양한 일에 도전하며 꽤나 적극적인 살을 살아갑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과연 정말 그게 전부였을까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눈앞에서 경험한 그녀가 충격에서 빠져나와 다시금 삶을 살아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겁니다. 오늘의 주제는 이 의문에서 시작합니다. 이번 ‘심리학과 영화’에서는 큰 사고와 실연을 겪은 로즈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즉 ‘PTSD’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는 충격적이거나 두려운 사건을 당하거나 목격하는, 극심한 정신적 외상을 경험하고 나서 발생하는 불안장애입니다. 여기서 PTSD가 트라우마랑 다른 점이 무엇인지 궁금해하실 수도 있는데요. 트라우마(Trauma)는 정신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격렬한 감정적 충격, 즉 정신적 외상 그 자체를 뜻하니 PTSD를 유발하는 외상적 사건이 트라우마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에 관해 대비슨과 포아(Davidson & Foa, 1991)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외상 전 요인, 외상 중 요인, 외상 후 요인의 세 요인으로 나누어 설명하는데요. 1) 외상 전 요인은 개인이 이미 가지고 있던 취약성이 원인이 되어 PTSD를 유발하게 되는 것이고, 2) 외상 중 요인은 충격적인 사건 자체, 즉 일차적인 스트레스 요인으로 외상의 강도와 노출 빈도, 악의의 정도 등에 따라 증상의 심각도와 지속 정도가 결정되곤 합니다. 마지막으로 3) 외상 후 요인은 증상의 악화와 유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사회적 지지의 부족과 추가적인 스트레스 혹은 음주나 도박 같은 자기 파괴적 행동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그 원인이 되는 외상적 사건이 1차 원인이지만, 충격적 사건을 경험한 모두가 경험하는 질환은 아닙니다. 실제로 일반인 중 60%의 남자와 50%의 여자가 PTSD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 사건을 경험하지만, 이 질환을 겪은 환자의 비율은 6.7% 정도인데요. 따라서 외상 사건 전의 심리적, 생물학적 요인이 질환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신분석적 입장에서는 외상적 사건으로 인해 유아기에 해결되지 못한 심리적 상처와 같은 무의식적 갈등이 다시 일깨워지고, 이를 억압하고 퇴행시키는 등의 방어기제를 동원해 방어하는 과정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합니다. 즉, 어렸을 적 받은 상처나 결핍이 외상적 사건으로 인해 다시금 떠오르게 되고, 이를 억제하고 회피하는 과정에서 PTSD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죠. 반면, 행동주의적 입장에서는 외상적 사건과 관련된 단서들이 연합해 불안반응을 조건화(특정 자극에 대한 행동반응을 학습) 하고 지속적으로 공포 반응을 일으켜 그 자극을 피하려는 회피행동이나 무감각한 반응 등의 행동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합니다.

위 주장들에서 알 수 있듯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은 ‘회피’인데요. PTSD는 경험한 외상과 연관되는 기억과 감정을 차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회피하거나, 감정 표현이나 정서적 표현을 억제하는 증상이 나타나곤 합니다. 사고가 반복적으로 떠오르거나 꿈을 통해 재경험하기도 하며, 극심한 불안이나 경계, 지나친 각성 증상이나 신경증, 수면장애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충격적인 사건을 다시 경험하는 것과 이와 관련된 상황이나 자극에서 회피 반응을 보이게 되는 이러한 PTSD의 증상은 대부분 사건 발생 1달 후에 나타나며 1년 이상 경과된 후 시작될 수도 있어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한 정신 질병입니다.

이러한 PTSD의 치료는 약물치료도 도움이 되지만 감정적인 지지와 표현 역시 굉장히 중요합니다. 특히 앞서 대비슨과 포아가 주장한 PTSD 유발 위험 요인 중 외상 후의 요인이 사회적 지지의 부족과 추가적인 스트레스인 만큼 주변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필요로 하는데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로즈 역시 이러한 PTSD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겁니다. 자신이 죽을 수도 있었던 큰 사고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 처음으로 사랑했던 사람이 자신의 눈앞에서, 자신을 살리기 위해 죽었으니 말입니다. 침몰하는 타이타닉 호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 쳤던 그날의 기억과 더 이상 숨을 쉬지 않는 잭을 보며 구조 호루라기를 불었던 당시의 감정이 시도 때도 없이 밀려왔을 겁니다. 그렇게 계속해서 그날의 사고를 재경험하며 불면에 시달렸을 수도, 극심한 우울과 신경증을 앓았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을 위해 희생한 잭을 위하여 이전의 자신과 달리 여러 일에 도전한 것 역시 그를 향한 죄책감과 미안한 마음에서의 강박적 행동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랬던 그녀가 타이타닉 호의 보석을 찾아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러 온 사람들에게 그날의 이야기를 시작하며, 그렇게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게 되면서 마침내 84년간 지니고 있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바다에 내던짐으로써 외상 후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그녀에게 필요했던 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줄 누군가였을 테죠.

지금 자신의 상처를 외면하고 회피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건 자신의 상황을 말끔히 해결해 줄 해결사가 아니라 자신의 아픔에 같이 울어줄 감정 지원군입니다. 혼자서 그 끔찍한 당시를 애써 외면하며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는 자신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줄 사람. 어쩌면 거대한 사회 속에서 인연을 맺으며 함께 살아가지만, 그렇게 함께 있으면서도 부재하는 진심 속에 간혹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끼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1. 대비슨과 포아(Davidson & Foa, 1991)

  1)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요인

     - 외상 전 요인: 개인이 이미 가지고 있던 취약성이 PTSD를 유발

     - 외상 중 요인: 충격적인 사건 자체, 즉 일차적인 스트레스 요인

        (강도, sh출 빈도, 악의의 정도 등에 따라 심각도와 지속 정도 결정)

     - 외상 후 요인: 증상의 악화와 유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사회적 지지의 부족, 추가적인 스트레스, 자기 파괴적 행동 등)

 2. 원인

  - 외상적 사건이 1차 원인

  - 충격적 사건을 경험한 모두가 경험하진 않음.

  - 외상 사건 전의 심리적, 생물학적 요인이 질환 발병에 영향

    ⇢ 정신분석적 입장: 외상적 사건으로 인해 유아기에 해결되지 못한 무의식적 갈등이 다시 일깨워짐. 이를 방어기제를 동원해 방어하는 과정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

    ⇢ 행동주의적 입장: 외상적 사건과 관련된 단서들이 연합해 불안반응을 조건화, 지속적으로 공포 반응을 일으켜 그 자극에 대한 회피행동/무감각한 반응 등의 행동이 문제를 일으킴.

 3. 증상

  - 대표적인 증상: ‘회피'

    ⇢ 외상과 연관되는 기억과 감정을 차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회피

    ⇢ 감정 표현이나 정서적 표현을 억제하는 증상

  - 사고가 반복적으로 떠오르거나 꿈을 통해 재경험

  - 극심한 불안이나 경계, 지나친 각성 증상이나 신경증, 수면장애 등

  - 사건 발생 1달 후에 나타남. 1년 이상 경과된 후 시작될 수도 있음.

 4. 치료

  - 정신적 지지와 공감 우선

  - 약물 치료

  - 정신 치료 요법, 행동치료, 인지치료, 최면 요법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