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말하는 삶의 한 줄 #9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
그런 당신이 밉지만은 않은 나도 최악인 걸까요?
-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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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님
5월의 둘째 주, 잘 보내고 계시나요? 어느덧 수요일이 되어 매거진 블랙아웃이 돌아왔습니다:) 요즘 한창 변덕스러웠던 날씨가 차츰 따뜻해지더니 이제는 정말 여름이 코앞이라는 걸 실감케 하는 것 같아요. 스치는 바람에 찬 기운이 빠지고 훈훈한 온기가 가득 담겨 있어 집순이인 저마저 바깥 활동을 하고 싶게 만드니 말이에요. 좋은 날씨 덕에 기분마저 좋아지는 5월, 님은 5월 하면 어떤 게 떠오르시나요? 저는 5월 하면 가장 먼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떠오르는데요. 가정의 달이라 그런지 소중한 존재에게 마음을 전하는 기념일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5월 하면 빼놓을 수없는 게 하나 더 있죠. 바로 '결혼'인데요. 그 유명한 '5월의 신부'처럼 5월부터 6월까지는 주변에서 결혼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는 것 같아요. 소중한 존재를 만나게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만남의 결실을 맺게 하는 5월은 가정의 달이 아니라 '만남의 달'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이번 주는 '만남'과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사랑은 인간이 갖고 있는 감정들 중 가장 모호하고 숭고하며 강력한 감정인 것 같아요. 사랑은 확신과 불신, 안정과 불안,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의 감정들을 모두 담고 있으나 자신 역시 자신의 사랑을 쉬이 정의할 수 없으며 수많은 변수와 예외, 예측 불가한 심리를 담고 있으니 말이에요. 사랑의 강력한 힘으로 우리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기도, 이전과 같은 세상과 삶을 핑크빛의 아름다운 세상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사랑의 힘을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은 이별의 순간이 아닐까 싶어요. 오늘의 이야기는 만남과 사랑에 이어 그것들의 종착점, 이별에 대해 님과 의견을 나누어 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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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당신이 밉지만은 않은 나도 최악인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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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최악이 아닌 이별을 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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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사랑
"우리가 만나고 사랑을 키워갈 때"
님, 님은 첫눈에 반하는 편이신가요, 서서히 스며드는 편이신가요? 저는 서서히 스며드는 편인데요. 첫눈에 반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사람을 보는 순간 마치 주변이 암전 된 것 마냥 어두워지고 오직 그 사람만 보였다는 사람도 있고, 유독 그 사람만 슬로모션처럼 보였다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생리학적 관점에서는 우리가 이렇게 이성에게 끌리는 이유를 도파민과 세로토닌 때문이라고 설명해요. 도파민의 분비로 인해 기분이 좋아지고 흥분되면 마치 운명의 상대를 만난 것 마냥 생각하게 되고, 세로토닌의 힘으로 그 사람에게 구애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아직 그렇게 첫눈에 반할만한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서 그런지 저는 천천히 오래 알아가며 서로에게 스며드는 사랑을 해왔던 것 같아요. 심리학적 관점에서는 이러한 사랑이 친밀감과 열정, 헌신으로 인해 완성되고 성숙해져 간다고 말하는데요. 서로에게 애착과 편안함을 느끼는 친밀감과 상대에게 이끌려 매료되는 열정, 관계를 지속하고자 노력하는 마음인 헌신의 3요소가 모두 적절히 조화를 이루었을 때 건강하게 무르익는 사랑이 되는 것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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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 사랑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편안함'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제게 연인은 누구보다도 친하고 가까우며 함께 있을 때 비로소 나다워지는, 꾸밈없이 서로를 대할 수 있는 가족 같은 사람인데 같이 있을 때 신경 써야 할 게 많으면, 같이 있는 시간이 불편하면 마음이 가지 않더라고요. 제가 사랑을 시작할 땐 3요소 중 친밀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사랑을 시작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어느덧 타오르던 열정은 잔잔한 정(情)이 되고 애착과 편안함의 친밀감은 당연한 것이 되어가며, 점점 하나 같았던 둘이 다시 각자의 모습을 찾아가는 순간이 오게 되는 것 같아요. 미국의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사랑에서는 두 존재가 하나로 되면서도 둘로 남아 있다는 역설이 성립한다."라고 하는데요. 우리는 사랑을 하며 서로가 하나가 되기를, 같은 마음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기를 원하지만, 그러면서도 혼자 있고 싶고 나 자신으로 살고 싶어 하는 모순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오늘의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주인공 율리에 역시 그랬던 것 같아요. 서른을 앞둔 29살 율리에는 아직 자신을 찾지 못했어요. 의학을 공부하다가도 심리학으로 전공을 바꿨으며 공부보단 예술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아 사진작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다가도 이제는 작가가 되어볼까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율리에는 삶의 기로 앞에서 선택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아직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중인 방황하는 스물아홉, 그리고 서른 살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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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이별
"사랑했지만 이별을 선택하는 우리"
이렇게 불안정한 율리에는 연애에 있어서도 비슷했어요. 그녀는 파티에서 밥캣이라는 만화를 그리는 악셀을 만나 사랑에 빠졌으며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해 깊게 알아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죠. 그런데 이제 막 자신과 세상에 대해 알고자 하는 율리에와 이미 사회적으로 안정된 악셀은 삶의 단계가 너무 달랐어요. 악셀은 아이를 낳고 안정된 가정을 이루길 원하지만 아직 자신의 의미를 찾지 못한 율리에는 그와 가정을 이루면 악셀의 삶의 조연으로 남게 되지는 않을까, 더 많은 도전과 성취의 경험을 잃게 되는 것이 아닐까 고민하며 그를 사랑하는 마음과 자신의 삶 가운데에서 또다시 방황하게 되어요. 그렇게 그녀는 악셀과 달리 자신 자체를 봐주는 에이빈드에게 빠져 바람 아닌 바람을 피우는 최악의 선택을 해요.
율리에를 보면 사랑을 할 시기와 타이밍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스스로가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나의 삶이 안정되어야 상대를 더 사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건강히, 그리고 오래오래 말이죠. 또 사랑을 하면서 우리가 함께 모두가 행복한 사랑을 키워 나가기 위해선 무언가 포기하고 희생해야 할 부분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율리에는 이미 자기 자신이 불안정한 상태인 나머지 악셀을 위해 희생할 여유가, 그 정도로 그를 사랑할 마음의 공간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를 위해 해야 하는 희생을 감수할 정도로 그를 향한 사랑이 크지 않았던 것이죠. 아직 율리에는 악셀보다 자기 자신의 삶이 더 중요해 보여요.
"사랑은 서로 서로가 희생하는 전통을 갖추지 않고는
오래 지속되지 못합니다.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는 깨지는 법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서 희생하기 때문에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인연은 깨지지 않습니다."
라는 말처럼 사랑에 있어서 '희생'은 필수적인 요소가 아닐까 싶어요. 아무리 우리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난다고 해도, 비슷함 속 다름이 반드시 있고 그 다름을 맞추어 나가는 과정에서 사랑이 깊어지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앞서 말한 사랑의 3요소 중 헌신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1) 단기적인 관점에서 사랑하기로 하는 결심과
2)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랑을 지속하겠다는 결심
이 있어요. 헌신은 현재의 사랑을 미래에도 계속 지켜내겠다는 결심과 약속으로 이 헌신으로 인해 서로에게 신뢰를 느끼며 사랑이 깊어져 간다 말해요. 이렇게 사랑에는 헌신이 필요하지만 역시나 모순적이게도 이 헌신으로 인해 자신의 사랑에 확신이 없어지는 순간이 생기기도 하는 것 같아요.
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랑하니까, 사랑하기 위해 헌신하면서도 이렇게 배려하고 이해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나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으시진 않으신가요? 우리는 이 모순 속에서 또 다시 나와 너 사이에서의 불안정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이별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렇게 우리가 점점 지쳐 헌신하는 것을 포기하기로 선택했을 때, 네가 아닌 나를 위하기로 결심했을 때, 서로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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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서로가 멀어져 이별을 결심했을 때, 님은 어떻게 이별을 맞이하시나요? 어떤 사람은 이별을 금방 극복하고 다시 자신의 삶으로 쉽게 돌아가는 반면, 어떤 사람은 이별의 후유증이 비교적 오래가 꽤나 오랜 시간 힘든 시간을 보내는 등 이별에 마주하는 우리의 마음은 모양도 속도도 저마다 다른 것 같아요. 심리학적인 관점에 따르면 인간이 삶에서 겪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상실'에 대한 스트레스라고 하는데요. 상실을 느끼는 과정에서 그 대상을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마음은 죽음과도 같은 맥락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개인의 심리적 취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해요.
이러한 상실의 이별에 관해 심리학자들은 이 이별을 수용하는 단계를 5단계로 나누어 설명하는데요. 부정, 분노, 협상(설득), 우울, 수용 이 다섯 가지가 이에 해당돼요. 이 다섯 가지 단계는 순서에 상관없이 개인의 스트레스 대응기제에 따라, 심리적 취약점에 따라 복합적으로 다르게 나타난다고 하는데요. 중요한 것은 언젠가 이별을 '수용'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면 다시 자신의 삶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성장이 이루어진다는 것이에요. 앞서 말한 것처럼 사랑이라는 감정은 다른 감정과 달리 매우 복잡하고 복합적이며 쉽게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이기 때문에 이 모든 감정을 경험하고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도, 더욱 성숙하게 성장하기도 하거든요. 우리가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 '상실'은 사실 조금 아픈 성장 과정이었던 것이죠.
그러니 우리 이제 이 성장통에 조금만 아파하고 그 관계에서 무엇을 배웠고 서로가 무엇이 부족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해 보아요. '상대와 나'에게 맞췄던 초점을 온전히 '나'에게 맞추며 나 자신에게 쏟지 못했던 관심을 충분히 주면서 나와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 가보는 거예요. 그렇다고 무조건 강해져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울고 싶을 땐 울고 홀로 아픔을 견뎌내려 애써 노력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감정을 충분히 해소해 주고! 스스로를 치유해 가는 것이 가장 나를 위한 현명한 이별이 아닐까 싶어요.
다시 오늘 우리의 한 줄로 돌아가 "그런 당신이 밉지만은 않은 나도 최악인 걸까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될 수도 있지만, '나와 너'였던 관계에서 '나와 남'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상대에겐 최악인 선택을, 그러나 자신에겐 최선의 선택을 해가며 보다 나다운 내가 되고, 이런 오롯한 나와 맞는 누군가를 찾고, 그런 너와 맞춰나가는 방법을 배워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인생은 만나는 것이 아니라 헤어지는 것이다. 쓸쓸한 나그네 길의 우의(友誼)도 그저 지나치며 인사하는 것으로, 잠시 동안의 우정에 지나지 않는다. -D. 맬로크 <하루>
라는 말처럼 긴 인생의 가운데 잠시 동안 사랑했고 그렇게 지나쳐 간 인연에 너무 많이 아파하지 말아요 우리. 언제나 쉽지 않은 이별이지만 나를 더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로 여기며 조금은 기쁘게 맞이해 보아요. 님의 아름다운 사랑을 언제나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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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오늘의 이야기가 어떠셨는지 모르겠어요. 오늘은 사랑 그중에서도 이별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으셨나요? 아래 의견 남기기(click)에 꼭 의견 남겨주세요🤍 지난 <영화가 말하는 삶의 한 줄> - 죽은 시인의 사회(click)에서는 제가 갖고 있던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님과 함께 나누어 보았는데요. 관계에 대한 고민에 이어 이번 주에는 '만남'과 '시간'에 대해서 감동을 받은 일이 있어서 님께 말해드리고 싶어 일주일을 간신히 참았답니다:)
제가 3-4살 영유아 아기들과 함께 하는 봉사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한 아기가 저와 눈이 마주쳤는데 베시시 웃으며 다가와 안겼어요. 아직까지 잊히지 않는 걸 보면 그날 그 아이의 첫 애교에 무척이나 감동받았나 봐요. 사실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기는 하지만 아이들과 직접적으로 유대를 쌓을만한 시간이 없다 보니 '저 아이들이 나를 기억할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었거든요. 그런데 점점 아이들이 제게 마음을 여는 걸 실감하면서 만남의 소중함과 시간의 깊이를 깨달았던 순간이었어요. 그래서 그날의 감정을 담아 끄적끄적 썼던 글이 있는데 님께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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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만 마주하던 아이들과 조금씩 가까워지며 별다르게 특별한 무언가 없이도 같은 공간에서 같이 시간을 보낸다는 것의 깊이를 실감합니다. 시간은 노력 없이도 흘러가지만, 흘러가는 시간 속에 같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곳에 같이 존재하기 위한 순간의 고민과 선택, 인내와 결심 같은 것들이 사실은 노력이겠지요.
원래 시간이라는 것은 특정한 지표가 있어야 그것까지의, 혹은 그것으로부터의 간격을 줄자 삼아 실감케 하는 것인데 오늘 실감한 시간은 우리가 각자 보냈다고 생각한 시간들이 사실은 함께였다는 걸 모두가 느끼고 있었음을, 우리가 함께 보냈다는 것을 와닿게 해줍니다.
편한 사람, 편한 공간만 찾는 요즘이지만, 사실 그 편함도 불편함으로 시작했겠지요. 시간이 떼어준 '불(不)'을 잠시 잊었습니다. 무엇이든 불편으로 시작해 켜켜이 쌓이는 시간과 그 속의 크고 작은 노력들이 불편함의 '불(不)'을 떼어준다는 걸 잊은 것이죠.
새로운 관계, 새로운 공간, 새로운 물건, 새로운 것에서의 새로운 시간이 시작되어야 편함이 찾아올 수 있다는걸, 새로움 속 당연한 불편이 '나와는 맞지 않는다' 치부하며 외면했습니다.
아무쪼록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익숙한 곳, 익숙한 사람, 익숙한 물건을 찾아가겠지만, 새로움을 찾는다고 그것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각자의 지평선을 넓혀봅시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각자의 영역 안에서만 머물길 꺼려봅시다. 지나간 어제와 지나갈 오늘이, 다가옴과 동시에 멀어져 가는 내일이 지금과 다를 것 없어도 끊임없는 발걸음을 내디뎌 봅시다.
어색한 시간과 마주하며 둔탁한 공기가 오가도 보이지 않는 각자의 노력이, 그러나 노력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어디로든 데려가 주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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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각자 가진 사고 영역의 지평선까지 밖에 보지 못한다.' 제가 대학교에서 인류학 강의를 들었을 때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말씀 중 아직까지 이따금씩 찾아보는 문장이에요. 사고의 영역은 20대에 형성되어 큰 계기가 없는 이상 드라마틱 하게 확장되지 않고 어느 수준에 머문다고 해요. 이런 각자의 지평선을 넓힐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이 아닐까 싶어요. 돛을 펼쳐 놓고 바람이 와서 배를 움직이게 해주길 기다리지 말고 직접 노를 저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조로운 일상을 살며 '무슨 재밌는 일이 안 일어나나' 바라지 말고 특별한 일정과 서정적 감정으로 채우는 것은 어떨까 싶어요. 칙칙한 일상에 생기를 더해 줄 조각을 발견하고 찾으러 떠나 보는 것이죠. 간혹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미지의 지평선 너머가 걱정이 되더라도 우리의 노력 없이도 흘러가는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떠넘기며 우린 나아가요. 그 여정을 위해 주먹을 불끈 쥐고 힘을 내야 할 때, 님이 그 주먹을 쥘 때면 제가 힘을 보태겠습니다. 지금도 앞으로도 역시나 그리고 당연히 응원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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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다른 독자님과 나누고 싶은
님만의 글이 있으신가요?!
[이레의 편지]와 함께 실릴 글을 나눠주세요🙌🏻
(익명을 요청하시면 익명으로 기재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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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민이 도착했어요!
🗣 마땅히 아니라는 답변이 나올 일인 걸 알면서도.. 자꾸 집착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
저는 제 멘탈이 단단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꽤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유독 사랑에 있어서는 자꾸 감정적으로 취약해지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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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합리적인 인간이 비합리를 감수하게 하는 일이라고 하잖아요. 사랑 앞에서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해 행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일단, 사랑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제겐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그러니 독자님이 사랑에 있어서 감정적이게 되는 것 역시 이상하지 않은 일입니다 :)
사람들이 사랑에 빠질 때면 종종 객관성을 잃곤 하는데요.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나 불만족스러운 조건을 가진 상대와 함께하기 위해 그들의 문제를 합리화하는 것은 상당한 감정 지출을 감수해야하는 일이에요. 나 자신을 속이고 계속해서 관계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하니까요. 미국 아델파이 대학교 로렌스 조셉 심리학 교수는 “관계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버려야 하며 관계가 자존감을 망치기 시작한다면 뒤돌아보지 말고 후회 없이 그 나쁜 관계를 떠나야 한다”라고 강조했어요. 물론 애정을 쏟고 사랑을 주었던 관계에서 벗어나면 한동안 슬픔에 휩싸이겠지만,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보다 소중한 존재는 없으니까요.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과 멀어지게 되면 아직도 그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미련이 남아 집착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심리학적 관점에서 사람들이 지난 인연에 대한 감정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1) 그 사람을 좋아했던 자신을 그리워하기 때문에
2) 오해로 인해 어긋난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3) 과거에 대한 미화와 함께할 수 있었을 미래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4) 새로운 사랑의 시작에 대한 부담과 익숙함에 대한 의존으로 인해
5) 그동안의 마음이 의미 없어진 것 같은 허무함에 돌려받고 싶어서
인데요. 좋아하는 마음과 함께 하는 것에 익숙한 감정, 좋아하는 감정과 애착의 감정을 혼동하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되돌아가 재회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별은 갈등과 결심의 힘겨운 과정의 마침표였고 재회를 하는 것은 새로운 시작이 아닌 그 힘겨운 과정에서 생긴 상처를 안고 그 마침표를 다시 쉼표로 이어 시작하는 것이니, 버리지 못한 희망을 잠시 접어두고 지난 시간 동안 형성된 애착을 조금씩 다른 곳으로 돌려보며, 납득할 수 없는 서로의 대립점을 자신의 힘으로 정리해 마무리 해야 한다고 해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충분한 시간을 가지며 말이죠.
그런데 이게 마음처럼 쉬운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알면서도 자꾸 생각나고, 혹시나 나 보라고 무언가 올리진 않았을까, 이건 무슨 뜻일까 저건 왜 해놨을까... 상대의 행동에 의미를 더해가며 진정으로 이별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을 유예해 가는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런답니다.. 제 이별에서 미련이 남았던 이유는 대부분 3) 아쉬움이었던 것 같은데요. 그리고 이 '아쉬움'의 감정이 제일 오래가는 감정인 듯하여 전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것 같아요. 그런데 딱 3번 노력해요. 상대의 거절 표시에도 3번 이상 반복하면 그때부턴 상대의 마음에도 상처를 주게 되는 것 같아요. 3번의 노력 이후에도 미련의 감정이 남는다면 그 감정은 오롯이 혼자서 스스로 감당해 내며 시간이 해결해 주길 기다려요. 일상 속에 정해진 루틴을 만들어 조금 더 바쁘게, 조금 더 계획적으로 살며 그 감정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게, 정해진 시간에만 슬퍼하고 다시 바쁜 일상 속으로 묻힐 수 있게도 해보며 혼자만의 이별을 해나갑니다. "사랑은 일에 굴복한다. 만일 사랑으로부터 빠져나오길 원한다면 바쁘게 되라."- 오비디우스, <사랑의 기술> 라는 말처럼 생각할 시간도 없이 바쁘다 보면 어느 순간 덤덤해지면서 내 삶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을 만나기 전에도 잘 살았는데 이렇게 힘들어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요. 그러다 '인연이면 언젠가 만나겠지.'하며 점점 놓아주게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완전히 헤어질 결심이 들기까지 이별에도 정성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별은 극복하는 게 아니라 충분히 느끼고 통과하는 과정에서 지나가는 일이라고 해요. 쓴 커피도 달달한 디저트와 함께 먹으면 쓴맛이 중화되는 것처럼 이별의 쓴맛도 삶의 다양한 단맛들로 옅게 만들어 가면서 갖가지의 관계를 놓아야 하는 순간의 이별 속에서 감정적으로도 이성적으로도 조금 더 단단한 독자님이 되시길 응원하고 있을게요💪🏻
그런데 만약!! 아직 답변을 들으신 것이 아닌 독자님의 추측이시라면, 혼자 해서 힘든 짝사랑 중이신 거라면! 한번 솔직한 마음을 표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과거와 미래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 않게 말이에요. ('그쪽을 좋아하는데 부담 주는 거 아니니 알고만 있어라'라고 하면 부담이 덜 하지 않을까요..?) 저도 고백에는 정말 약해서 혹시라도 마음을 표현하실 기로에 놓이셨다면 다시 한번 고민 남겨주세요. 같이 고민해 봐요..! 종종 소식 알려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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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이별 대처 방법도 궁금해요!
소개된 고민에 대한 님의 의견을 더해주세요🙌🏻
님의 고민을 나눠주셔도 좋아요!
우리 같이 고민 나눠요🖤 (고민 나누기는 모두 철저한 익명을 보장드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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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영화 정보
- 개봉: 2022.08.25
-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장르: 멜로/로맨스, 드라마, 코미디
- 러닝타임: 128분
- OTT: Wavve
↳ 📢 아래 「의견 남기기」에
이번주 뉴스레터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받고 싶은 뉴스레터 주제도 좋습니다.
간단한 어느 말이나 언제나 환영이에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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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매거진 블랙아웃>은 다음 주 수요일,
'심리학과 영화' 로 돌아오겠습니다! 🙂
남은 하루도 화이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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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매거진 블랙아웃을 좋아할 것 같은 친구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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